"마침내 덕실(德室)인의 꿈이 이뤄졌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고향인 경북 포항시 흥해읍 덕성1리(덕실마을)은 19일 투표 직후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잔치 분위기로 시끌벅적했다.
포항 시내에서 북쪽으로 15㎞ 정도 떨어진 덕실마을은 31가구 67명이 사는 경주 이(李)씨 집성촌. 이 당선자는 광복 직후 부친과 함께 일본에서 귀국, 이곳에서 수년간 살다 포항 시내로 이사했다.
덕실마을 주민 60여명은 이날 오전 5시30분 마을회관 앞에 삼삼오오 모여 트럭, 승용차 등에 나눠 타고 6㎞ 정도 떨어진 흥해읍 서부초등학교에 마련된 흥해읍 제3투표구에서 투표했다. 주민들은 오전 6시부터 단 20분만에 투표를 모두 마쳤다.
덕실마을 마을회관 앞에는 오후 4시가 넘어서면서 출향 인사와 주민 등 300여명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이명박 대통령'을 연호했다. 이어 흥해농협 풍물패가 등장하자 너나 없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등 승리를 예감한 듯한 모습이었다.
오후 6시 투표 마감과 함께 마을회관 앞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이 당선자가 차점자보다 2배 많은 지지율로 당선이 확실시 된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일제히 '와'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주민들은 "5년 전 마을회관을 지을 때 '덕실인이여 꿈을 이루어라'는 표석을 세웠는데 진짜 꿈이 이뤄졌다"며 흥분했다.
주민과 출향 인사들은 즉시 미리 준비한 '당선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마을입구와 회관에 내걸었고, 마을회관 2층 옥상에서는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이 당선자의 4촌 형수 류순옥(76)씨는 "지난해 바깥양반이 병석에서 돌아가시는 날까지 '동생이 대통령 되는 것을 보고 눈을 감아야 하는데'라고 했는데, 이제 여한이 없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고향마을에서 승용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이 당선자의 친누나 귀선(78)씨는 "선거 과정에서 온갖 얘기가 나돌아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날 마을회관 앞에 60여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대형 천막을 쳤다. 또 1톤 트럭 3대분의 장작과 대형 솥단지를 준비하고 400명 이상이 먹을 수 있는 국밥과 과메기 등의 음식을 지어 출향 인사들과 취재진에게 제공했다.
덕실마을에는 이날 취재차량 등 외지인이 몰고 온 차량만 200여대가 넘었고, 이동통신사는 통화 폭증에 대비해 이동기지국을 배치하기도 했다.
포항에서도 다양한 축하 잔치가 펼쳐졌다. 포항상공회의소는 오후 6시30분부터 포항 중앙상가에서 시민잔치 한마당 행사를 개최했다.
포항상의는 1만여명의 시민들에게 지역 특산물인 과메기를 무료로 나눠주고 각종 공연과 불꽃쇼를 펼쳤다. 북구 양학동 우회도로에서는 농협 측 주관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전등으로 태극기를 형상화한 '희망 2008 태극기등 점등식'이 열렸다.
한편 이 당선자가 살고 있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의 이웃 주민들도 당선을 축하하면서 국민에게 사랑 받는 대통령이 되길 기원했다.
주민 김석상(34)씨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처럼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침체된 서민 경제를 활성화시켜줄 수 있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이정훈기자 jhlee01@hk.co.kr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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