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애인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잔혹한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강화도 해병대 총기 탈취 범행 현장검증이 17일 오전 10시부터 인천 강화군 초지리 초지어시장 인근 해안도로와 경기 화성군 등 사건 현장에서 범인 조모(35)씨와 군 수사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 모습을 드러낸 조씨는 범행 당일 1시간 전부터 초지대교 인근에 코란도 승용차를 세워놓고 기다리다 초소 교대 근무차 이동하던 이재혁(20) 병장과 고(故) 박영철(20) 상병을 뒤에서 들이받고 총기 등 무기를 탈취해 도주하는 과정을 재연해 보였다. 조씨는 수사관들에게 쓰러진 병사들의 위치와 자세를 수정해 주는 등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군 수사결과 조씨는 범행 한달 전 남대문시장에서 흉기 2개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바지 양쪽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흉기를 꺼내 박 상병을 7차례나 찔러 숨지게 했다. 현장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왜 죄 없는 군인을 죽이냐”“여자 때문에 그러다니, 못난 녀석”이라며 혀를 찼다.
수사를 맡았던 해병대사령부 전병창 헌병단장은 “조씨는 결혼을 전제로 10년간 사귀었던 애인과 9월 헤어지고 난 뒤 자멸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애인에게 보여줘 심리적 고통을 안겨주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는 ‘우울증 환자의 충동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군은 조씨가 범행 2주 전 현장을 미리 방문해 초병들의 근무 교대 모습, 교통상황, 도주로 위치 등 주변 상황을 꼼꼼히 살펴봤다고 밝혔다. 또 평소 낚시와 차량 동호회 활동을 하며 강화도를 자주 찾아 이 지역 지리에 익숙한데다 인적이 드물어 범행 장소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군은 덧붙였다.
군 관계자는 “우울증 증세가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지만 치밀하게 계획된 정황으로 볼 때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강화=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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