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으면서 기업들이 미래 성장 엔진 찾기에 고민하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이나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탄탄한 기술력과 장기간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요구되는 이들 분야에서 성과를 낸다는 것은 만만치 않다. 외환위기 직후 "한국은 일본의 기술력에 뒤쳐지고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쫓기는'넛 크래커(nut-cracker)'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한 부즈알렌 해밀턴의'한국보고서'가 나온 지 벌써 10년이 됐다.
오늘날'샌드위치 위기론'을 예고한 당시 보고서의 작성자 조원홍(44) 모니터그룹 한국대표를 17일 만나 10년 후 한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인 마이클 포토와 마크 퓰러가 1983년 창설한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사인 모니터그룹의 한국지사장인 조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제한적인 국내시장 여건을 탈피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확대 전략은 이제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대다수 기업들이 밖에서 바이오와 신재생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신규 성장엔진을 찾고 있지만 우리가 그 동안 경쟁력 우위에 있던 기존 산업 내에서'밸류 체인(가치사슬:value chain)'을 찾아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사업전략을 리모델링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조선업과 섬유산업 등을 꼽았다.
한국을 뒤쫓고 있는 중국 조선업에 두려움을 느껴 기술유출 등에 신경을 쓰기보다 우리 스스로 고부가가치의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양 강국이던 일본이 조선업 선두자리를 우리에게 내준 것은 새 비즈니스 모델의 실종 때문"이라며 "중국에 선두자리를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위기감보다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오히려 도와주면서 나름의 새로운 생존전략을 만들어가는 게'넛 크래커'증후군에서 탈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섬유산업에서도 브랜드력을 키우고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하면 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그는 자신했다.
미 펜실배니아대 와튼 경영대 출신으로 현대ㆍ기아차 등에 대한 경영 컨설팅 프로젝트를 장기간 맡아온 조 대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그는 "자동차산업은 대표적인 협업 사업인데 우리나라는 협업을 중시하는 일본식이 아닌 혁신을 기반으로 한 미국식 산업특성을 갖고 있다"며 "문화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한 산업이라 막연한 노사공생의 구호로는 풀리지 않는 갈등의 악순환만 거듭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생산성의 문제만을 놓고 볼 때 노조만이 아닌, 경영층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양측이 공감하고 새로운 협력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사측은 노조가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지만 인건비를 줄이는 것보다 경영진들이 브랜드와 판매 전략만 잘 운영한다면 인건비 절감보다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현대ㆍ기아차가 보여온 하드웨어 부문의 발전은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 만큼 경이적인 성과"라며 "현대ㆍ기아차는 감성적인 제품인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부문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우선 노조와의 협력모델을 제대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현대ㆍ기아차 노사간에 상생 협력모델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지 못할 경우 앞날의 해답은 분명하다"며 "현대차는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제품을 받아 조립하는 회사로 전락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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