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싹을 간신히 틔웠는데 자원봉사자가 줄어들어 걱정입니다.”
원유유출 사고 발생 11일째인 17일 오후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 전날까지 드넓은 백사장을 가득 채웠던 수천명의 자원봉사자 수는 크게 줄어 300~400명에 불과했다. 인근 천리포해수욕장과 백리포해수욕장을 메웠던 흰색과 파란색의 방제복 물결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태안군과 충남도에 따르면 자원봉사자 수는 10일 500명에서 11일 1,600여명, 12일 9,000여명, 13일 1만500여명, 14일 2만1,000여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각각 3만6,000여명과 4만1,000여명이 방제작업에 참여해 피크를 이뤘다.
하지만 17일 자원봉사자수는 3만2,000여명으로 전날에 비해 9,000명(22%) 이상 감소했고 대선이 실시되는 19일에는 자원봉사 신청자 수가 평소의 3분의 1도 안되는 8,900여명에 불과하다. 태안군 관계자는 “월드컵 때처럼 열기가 계속 고조돼 1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관심이 금세 식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역주민들은 대선과 성탄절 등이 다가오면서 자칫 자원봉사자 수가 급감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장 5,000명 이상씩 참여해온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선거관리업무에 투입돼 방제작업 참여가 어려운 실정이다. 태안군 재난관리과 이복환(50)씨는 “국민들이 오전에 투표하고 오후에 자원봉사를 오시면 좋겠다”며 “성탄절과 해넘이, 해맞이를 태안에서 방제작업을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해경의 섣부른 방제 성과 발표가 자원봉사 열기를 식게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해경은 이날 “해상에서는 대부분 방제가 됐으며, 해안도 70% 정도 응급방제가 끝나 일부는 방제종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주민 김진우(48)씨는 “방제가 집중된 해수욕장은 좋아진 게 사실이지만 훨씬 많은 해안선이 아직도 기름 천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7일 둘러본 천리포ㆍ구름포ㆍ의항리해수욕장의 백사장은 많이 깨끗해졌지만 여기서 자갈밭을 걸어서 10분만 들어가면 아직도 곳곳에 기름이 고여 있었다. 이날 의항리해수욕장 부근에서 작업을 한 주민과 자원봉사자 200여명은 어른 가슴 높이의 큰 기름통을 가득 채울 정도로 기름을 퍼냈다.
인근의 모항항도 방파제 뒷편 수백미터의 갯바위와 자갈밭 등에 아직도 기름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원불교 군산 보은의 집에서 온 최경풍(60)씨는 “겉으론 괜찮아 보이지만 바위 틈, 자갈과 모래 밑에는 아직도 기름이 두껍게 쌓여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태안지역 방제활동에 참여한 민방위대원에 대해 4시간 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줘 자원봉사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태안=허택회 기자 thheo@hk.co.kr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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