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부통령'에서 열성적인 환경운동가로 변신, 올해 노벨 평화상까지 거머쥔 앨 고어 전 부통령이 그간 '이중 인격자'와 '위선자' 시비에 휩싸이게 한 자택을 최근 환경친화형으로 완전 개보수하는 작업을 마쳤다.
CNN과 AP 통신 인터넷판 언론들은 15일 고어 전 부통령이 고액의 광열비를 내온 테네시주 내슈빌의 자택을 철저하게 환경을 배려하는 주거지로 개량, 자신의 아카데미 수상작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 내용에 맞추도록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불편한>
환경단체들은 2일 고어의 집 전력 소비량이 미국 평균 가구의 20배 이상으로 가스비를 포함한 광열비가 무려 연간 3만 달러에 이른다고 폭로해 환경운동가로서 명성을 높여온 그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고어는 두 번째 환경관련 저서인 <불편한 진실> 에서 무엇보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절전을 호소했는데, 이런 사실의 공개로 다른 사람에게는 전력 사용을 자제하라면서 스스로는 무절제한 전력 소비행태를 계속하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불편한>
당시 '테네시 정책 연구소'라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고어의 저택은 20개의 방과 8개의 욕실이 딸렸으며 2006년 소비 전력량이 22만1,000㎾h에 달했다.
이에 고어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 등 화석 연료 대신 태양열이나 풍력 발전 등 재생 가능 자원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전기료 액수 자체에만 너무 관심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곧바로 내슈빌 집의 개보수 공사에 들어가 태양열 패널과 빗물 이용 설비, 지열을 활용하는 난방 등 최신의 환경기술을 차례로 도입했다.
CNN 등은 이런 보수 작업을 거쳐 내슈빌의 고어 자택은 주택 전문가와 건축업계에게서 '미국에서 가장 환경에 친화적인 주택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그린빌딩협회의 킴 신은 "집 골조를 해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처럼 새롭게 바뀐 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며 인간과 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란 후한 점수를 내렸다.
AP 통신은 관련 자료를 인용해 고어 자택의 올 여름 전력 사용량이 1년 전에 비해 11%가 감소된 것으로 소개했다. 지난 6~8월 테네시주를 강타한 기록적인 이상고온으로 인해 내슈빌 일반 가정의 전력 소비량이 20~30% 증가한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거의 절반이나 전력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통신은 지적했다.
킴 신은 "고어 집의 리노베이션이 특히 지은 지 80년을 넘어선 주택이기 때문에 인상적이다. 다른 경우 같으면 환경 친화적인 새 집을 건설해야 나오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어는 2002년 내슈빌 교외 벨 미드에 자리잡은 연건평 930㎡의 저택을 230만 달러에 구입했다. 그곳에는 자신과 부인 티퍼 여사의 개인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공식 행사를 위한 대형 주방시설도 갖추고 있다.
그는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보다 더 많은 표를 얻고서도 패배했지만 이에 승복하고 평소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환경운동에 투신해 부통령 재임 시보다 더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노벨상을 받은 데 이어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15일 폐막한 '유엔 기후변화회의'에 참석해 "내 조국 미국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진전을 이끌어 내는 데 걸림돌"이라고 합의 도출에 소극적인 미국을 비판, 세계적인 환경 지도자로 부상한 사실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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