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에게 술 권하는 사회?
대한소아과학회가 지난 7월부터 4개월동안 학교 건강검진을 위해 서울 강서ㆍ양천구 지역 소아청소년의원을 찾은 중ㆍ고교생 2,546명을 대상으로 음주ㆍ흡연 행태를 조사한 결과, 음주 관련 답변자 1,034명 중 48.2%(498명)가 ‘술을 마셔본 적이 있다’(제사, 차례 등으로 몇 모금 마신 것 제외)고 답했으며, 흡연 관련 답변자 1,512명 중 29%(439명)가 ‘흡연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음주의 경우 최초 음주 권유자는 친구가 46%로 가장 많았으며 부모(30.1%), 친척(11.6%), 선후배(3.6%), 형제(1.8%) 순이었다. 흡연의 경우 첫 권유자는 대부분 친구(83%)였으며 이어 선후배(10.8%), 친척(2%), 형제(0.7%) 순으로 나타났다. 담배를 권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었다.
이 학회 청소년이사인 박상희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그릇된 관대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가족 내의 이런 풍습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뇌세포에 빠르게 확산돼 뇌 기능을 떨어뜨리고 뇌 성숙을 방해한다.
그 결과 기억력이 나빠지고 학습능력도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알코올로 인해 파괴되는 뇌세포는 다른 조직세포와는 달리 재생되지 않는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청소년들이 술ㆍ담배를 구입하는데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술 구입시 신분 확인을 요구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9%만이 ‘있다’고 답했다.
소극적인 신분 확인(나이를 물어보는 정도, 29%)이나 신분 확인을 요구받은 적이 없는 청소년(42%)이 휠씬 많았다. 담배를 구입할 때는 41%가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신분 확인 요구로 인해 음주 청소년의 16%, 흡연 청소년의 24.9%가 술ㆍ담배를 줄이거나 끊게 됐다고 응답, 사회적 제재가 금주ㆍ금연에 상당히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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