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시대가 열리는가, 성급한 우려인가. 석유는 곧 고갈하나, 반대로 새로운 자원이 개발되나.
최근 국제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자 쓸 석유가 얼마 안 남았다는 ‘피크 오일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 한국석유공사는 17일 ‘유가, 100불 시대 오는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소 80년 이상 석유 채굴에 문제가 없다”며 “유가 100달러 시대는 수 년 내에는 오직 않는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 고갈 임박했나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2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은 근본적으로 석유 고갈이 임박했다는 피크 오일론에서 나온다. 2010, 2020년대에 석유 생산량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점차 감소한다는 예상이다.
확인된 매장량(1.2조배럴)을 연 평균 생산량(300억배럴)으로 나누면 앞으로 석유를 쓸 수 있는 기간은 40년에 그친다. 결국 유가 상승은 올해에만 국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근본적인 자원량의 한계에서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40년 내 석유고갈 주장은 코미디에 가까운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북해 멕시코 등의 석유생산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카스피해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보충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지질조사회(USGS)는 현재 쓰고 남은 석유매장량이 2.3조배럴이며, 지금까지 버려두었던 오일샌드, 오일셰일 등까지 합하면 3조배럴이 넘는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80년 이상 채굴할 양이다. 석유공사는 “새로운 석유자원 발견과 기술발전에 따라 채굴이 가능해진 증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 왜 이렇게 올랐나
매장량이 충분하다면 올해 유가가 연초 50달러에서 연말 90달러 선으로 80%나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사는 지난해 말 OPEC의 두 차례 감산으로 비롯된 일시적 수급 악화를 들었다.
지난해 유가가 폭락하자 OPEC는 10개월 간 하루 100만배럴을 감산했고, 동절기 재고 감소와 맞물려 유가가 상승했다. 여기에 달러 약세와 미국의 금리인하로 투기자금이 유입돼 유가 폭등을 낳았다. 결국 “일시적 요인으로 유가가 100달러에 진입할 수는 있지만 평균 100달러 이상 1년 이상 지속되는 원인이 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 그래도 고유가는 계속된다
하지만 100달러까진 아니라도 고유가가 지속되리라는 전망은 여전히 강세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매장량이 충분하다고 해서 피크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매장량이 있어도 쉽게 생산될 수 없는 조건이라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결국 피크를 맞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깊은 심해를 뚫어야 하거나 오일샌드, 오일셰일처럼 모래나 암석 속의 석유를 뽑아내는 등 석유생산 비용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석유공사 서문규 부사장도 “저비용으로 쉽게 땅 파서 솟아나는 석유는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전문기관들은 내년 유가를 올해보다 10% 안팎 오른 배럴 당 70~80달러대로 전망하고, 일시적으론 110달러도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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