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회 한국출판문화상에는 교양 119종, 편집 88종, 학술 93종, 어린이 175종, 번역 129 종 등 모두 604종이 출품해 우열을 가렸다.
인문ㆍ교양 분야에는 우리 문화에 대한 실제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조선의 문화ㆍ예술을 다룬 역사 교양서들의 강세가 이어졌다. 이 같은 역사 서술의 연성화에 진지한 연구자들까지 가세, ‘역사 풀어 쓰기’가 하나의 추세로 굳어지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학술 분야에서는 강우방, 백낙청, 박홍규 등 원로학자와 작고한 대가들의 노작들이 눈에 띄었다. 국문학을 중심으로 민족ㆍ근대 담론에 대한 저술도 활발했다. 출판계는 이에 대해 “우리는 누구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문제 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번역분야는 고전 번역에 대한 꾸준한 정책적 지원 덕에 중국 문화를 중심으로 묵직한 동양 고전들의 번역물들이 확인됐고 해외화제작에 대한 발빠른 번역도 인상적이었다. 편집 분야에서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의욕적이고 과감한 기획이 적었던 점을 상쇄하듯, 대형 사진집들이 대거 등장했다.
어린이ㆍ청소년 분야에서 청소년 문학의 약진이 눈에 띈 반면 아동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제 중심주의’가 뚜렷한 추세임이 확인됐다. 심사위원단은 “청소년 도서는 대학논술로 호기를 맞은 셈”이라고 전망했다.
불황과 출판 환경 변화를 이유로 출판업계가 마케팅 전략에 치중하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라는 비판도 따랐다. 심사단은 “온라인 서점 탓에 정가와 책의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며 “일간지의 도서비평에 주어진 역할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전통의 한국출판문화상은 출품작에 대해 상시적 품평의 장을 마련하는 등 독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킬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따랐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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