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의 한 육군 부대에 근무하는 A(20)일병은 일본 영주권이 있지만 조국을 지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올해 초 자원 입대했다. 여느 평범한 대한민국의 젊은이처럼 국방의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A일병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선·후임 동료들이 부재자투표를 하던 13, 14일에도 A일병은 묵묵히 지켜봐야만 했다. 주민등록이 없어진 재외국민(한국 국적의 해외거주자)에게는 아직 참정권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A일병처럼 자원 입대를 하고도 투표 날에는 ‘이방인’이 되는 재외국민 병사들은 적지 않다. 2005년 141명, 2006년 163명, 올해는 11월말 현재 82명이 스스로 입대해 군복무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재외국민 병사들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주민등록이 있는 국민만을 선거인명부에 등록하도록 한 현행법이 개정되지 않아 투표권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정부가 추산하는 재외국민 선거권자는 210만 여명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터키뿐이다.
헌법재판소가 6월 “국내에 주민등록이 없는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고 있는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은 헌법 불합치”라고 결정, 재외국민에게도 참정권이 주어지게 됐지만 아직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헌재가 2008년말까지 말미를 줬지만 대선에 이어 총선 정국이 이어지면서 법 개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양창영 재외국민참정권연대 대표(호서대 교수)는 “국회가 관련 법 개정을 서둘러 4월 총선에는 A일병처럼 외국 영주권을 가진 자원 입대자들도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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