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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안은 국민 모두의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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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안은 국민 모두의 바다다

입력
2007.12.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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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 인근의 푸른 청정 바다가 시커먼 먹물로 변하면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의 가슴 속에도 시커먼 멍이 들었다.

기름 유출 사고는 바다 생태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을 뿐 아니라 서해안 관광 및 연안어업에 의지해 살던 주민의 생계마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서해안 관광이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음식, 숙박 등 관광산업이 커다란 타격을 입어 지역경제에도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당장 연말연시를 앞두고 해돋이 및 해넘이 명소로 유명한 서해안 지역을 찾으려던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가 빗발쳐 숙박, 식당 등 관광업소는 갑자기 닥친 대재앙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해안가 모래에 점점이 박힌 기름과,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기름띠를 제거하다가 해도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을 못 이기고 오열하는 할머니, 기름띠를 못 막으면 우린 모두 죽는다고 처절하게 부르짖는 지역 주민의 모습을 보면 할 말을 잊는다.

그러나 이런 대재앙 앞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보았다. 자원 봉사자들이 인간띠를 형성하며 시커먼 절망을 거두어 내기 위해 싸우는 모습은 10년 전 외환위기 때의 금 모으기 캠페인을 연상케 한다.

기름 제거 작업이 속도를 내며 태안반도가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만리포해수욕장의 백사장은 언제 그랬느냐는듯 원래의 깨끗하고 부드러운 속살을 드러내고 있으며 파도도 원래의 그 푸른 빛깔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코를 찌른 기름 냄새 또한 많이 사라졌다.

이제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백사장과 바닷물이 제 빛깔로 돌아오고 있으니 좀 더 고생하면 충분히 옛 모습으로 복원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집념 앞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최고의 청정 환경을 자랑하는 관광자원으로서 태안반도의 해변은 내ㆍ외국인들의 휴양 관광지로 각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사태로 인한 관광지 기능 상실이 국내 관광산업의 성장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정부의 관련 부처, 여행업계, 관광학계 등 관광인들은 마음이 더 애틋하다.

자원봉사자로 태안반도 해안 복구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서해안 지역으로 휴가 떠나기, 유명 인사와 함께 하는 서해안 테마여행 실시 등 태안반도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범국가적인 캠페인 전개를 강조하고 싶으며 기업체와 공공기관의 사내 연수활동이나 세미나 같은 단체활동을 태안반도에서 실시하며 하루이틀은 기름띠 제거를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기름이 스며든 개펄이나 모래가 완전히 복구되는 데에는 십 수년 이상이 걸리며 한번 파괴된 자연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력과 예산의 지속적인 투입이 필요하다.

태안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서해는 주민들만의 바다가 아니며 이번 재앙을 해결하는 것 또한 주민들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 삶의 터전을 지키는 일로서 새로운 나눔문화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오지철ㆍ한국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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