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4강을 가고 아니면 못 간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무 말 없이 준비해 주더군요.”
여자프로농구 2007~08시즌이 개막하기 직전인 지난 10월 중순. 이상윤 금호생명 감독은 아내 김지희(39)씨에게 느닷없이 조촐한 저녁상을 차려달라고 부탁했다. 초대 손님은 개막을 앞두고 강도 높은 훈련을 용케 이겨낸 금호생명 선수들이었다. 이 감독은 이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아내와 소연(14) 민욱(6) 등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면서 ‘우리 모두가 한 가족’임을 강조했다.
난생 처음 감독 사모님이 손수 차려준 저녁상을 받은 선수들은 6개월 전의 추억이 새삼 떠올랐다. 이 감독이 취임 직후 가졌던 속초 워크샵. 4월말 속초의 금호 콘도에서 열린 이 자리에는 선수 가족들이 모두 모여 소중한 시간을 가졌었다. 선수들은 당시 자신의 부모님 앞에서 “소중하게 키운 따님 잘 가르치겠습니다”라고 말하던 이 감독의 진심 어린 맹세가 새삼 다시 떠올랐다.
선수들은 감독에 대한 신뢰 하나로 똘똘 뭉쳤다. 해병대 훈련과 태백 고지 훈련을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신정자 이경은 김보미 강지숙 등 다른 팀에서 이적해 온 선수들과도 한 마음 한 뜻으로 단합했다.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패배의식은 온데 간데 사라진 지금, 금호생명은 8승7패로 단독3위를 달리고 있다.
17일에는 최강 안산 신한은행을 일년 반 만에 꺾었다. 무려 세 시즌 만에 전구단 상대 승리를 기록했고 지난 두 시즌 동안 거둔 승수(7승)를 벌써 넘어섰다. 신한은행과 삼성생명 등 ‘2강’을 언제든지 위협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금호생명 선수들은 19일 대선 투표를 하기 위해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꿀맛 같은 하루짜리 외박을 얻었다. ‘이제 우리도 강팀’이라고 외치는 이상윤의 ‘레드 윙스’. 그들이 힘찬 날갯짓으로 비상을 꿈꾸고 있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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