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지하철 문을 열고 용변을 보던 승무원이 선로로 추락해 뒤따르던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10일 서울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9일 오후2시7분께 지하철 2호선 용두역을 출발해 신설동역으로 향하던 1591호 열차 승무원 A(39)씨가 맨 뒷 칸 기관실 안에서 급한 용변을 보려다 발을 헛디디면서 선로로 떨어져 뒤따라오던 기관사 B(41)씨가 몰던 1593호 전동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B씨는 “용두역에서 발차한 순간 150m 앞 철로 위에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해 기적을 울리고 급제동 했지만 열차를 멈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열악한 근무여건이 빚어낸 예견된 사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측은 기관실 안이나 승강장에 기관사용 화장실이 설치되지 않아 기관사나 승무원들은 열차가 운행하면 보통 3~4시간 동안 기관실에 갇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 허철행 산업안전부장은 “기관사들은 술 마신 다음 날에는 비상용으로 신문지를 갖고 기관실에 들어갈 정도”라고 토로했다.
노조는 모든 지하철 역 승강장 앞 쪽에 기관사나 승무원용 화장실을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에 화장실 설치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본보도 생리현상을 해결하지 못하고 장시간 운행업무에 매달려야 하는 지하철ㆍ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이 인권침해(10월10일자 11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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