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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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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효도

입력
2007.12.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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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드라마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조선의 개혁군주 정조는 뒤주에서 억울하게 숨져간 아버지 사도세자는 물론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 대한 효행이 극진했다.

24년 재위기간에 12차례나 멀리 능행을 했고, 아버지 글을 직접 책으로 엮기도 했다. 혜경궁 홍씨가 회갑을 맞은 해에는 선친 능이 있는 경기 화성(수원)에서 8일간이나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그의 효행은 부모의 비운에 대한 연민도 있었겠지만, 비극적 가족사에 책임이 있는 노론세력에 대한 견제이자 무언의 경고였다. 정조의 통치술은 그래서 효치(孝治)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효행의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가 어느새 불효의 나라로 변한 것 같은 논문이 나와 화제다. 주 1회 이상 부모를 직접 만나는 비율이 조사대상 27개국 가운데 가장 낮고,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와 자주 만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잖아도 '돈을 쥐고 있어야 자녀들도 자주 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던 부모들이 탄식할 만도 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런 통계조사의 경우 만남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다른 요인들을 제거(통제)한 상태에서 소득과 만남의 상관관계만을 파악해야 맞다. 그러나 다른 현실적 요인들을 완벽하게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이 연구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부와 계층은 어느 정도 대물림 되는 경향이 있다. 가난한 자식은 생계에 쫓겨 부모를 자주 찾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결혼한 여자들이 시댁만큼 친정을 챙기기가 쉽지 않은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부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시부모나 남편 눈치 보느라고 친정에 자주 못 가는 여자들의 하소연이 넘쳐난다.

이 조사를 아들들만 대상으로 해서 한다면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친정나들이가 자유롭지 못한 딸들이 까먹은 점수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로 사는 부모와 만나지는 않고 전화 등을 통해 접촉한 비율이 각각 64%(아버지)와 73%(어머니)로 조사 대상국 평균인 54%와 65%를 웃돌았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그렇다.

마음은 있는데 형편이 안 되는 자식들의 효심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울할 때 누구와 상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의 55.3%가 친구ㆍ이웃ㆍ동료를 꼽았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고민거리를 터놓고 의논할 수 있는 가족,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의지처가 되는 전통적 가족 관계의 해체 추세는 부인하기 어려운 것 같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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