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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이용대의 나는 오늘도 산에 오른다] <10> 등산교육과 인연 벌써 30년…질·양적 성장 감회 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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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이용대의 나는 오늘도 산에 오른다] <10> 등산교육과 인연 벌써 30년…질·양적 성장 감회 남달라

입력
2007.12.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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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에 입문했을 때는 등산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상설등산교육기관도, 읽을 만한 변변한 교재도 없었다. 산악회 선배들이 얄팍한 체험을 내세워 지도해주는 구전(口傳)의 상식과 실제 사이에는 틈이 많았다. 선배가 신으로 군림하며 호령하던 시절이었으니 옳고 그름을 가려내기 보다 선배의 말씀을 곧 ‘신의 소리’로 믿고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선배가 흰색을 검은색이라고 주장하면 그 색은 검은색이 돼야 마땅했다. 이것이 지난 날 우리 등산교육의 현장이었다.

내가 등산교육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7년 한국산악회가 주관한 제5회 전국고등학교 등산대회에서 ‘현대암벽등반기술’을 강의하면서부터다. 81년에는 한국 근대 알피니즘의 태두 고 김정태 선생님과 한국산악회 산악연수원에서 암벽등반 실기를 지도했다. 그를 떠올리면 그가 즐겨 부른 애창곡 <개나리 고개> 가 먼저 생각난다.

교통이 불편한 그 시절, 선각자들은 북한산 인수봉에 가기 위해 지금의 돈암동 옛 전차종점에서부터 걸어서 개나리고개(현재의 삼양동고개)를 넘어다녔다. 고개 마루턱 길가에 피어난 개나리를 바라보며 흥얼댄 그 노래 가락은, 잊어버린 세월 속에 그와 함께 묻혀버렸지만 그가 남긴 <등산 50년> (1976년)은 내 서재 한쪽에 꽂힌 채 산을 향해 열정적으로 살다간 노등반가의 체취를 전하고 있다.

그는 1937년 한국 최초로 백령회(白嶺會)라는 산악단체를 만들어 한반도 전역의 산에서 초등반의 발자취를 남긴 산악계의 선각자요 서구식 알피니즘의 토착화에 기여한 주역이다.

우리나라에서 실시된 등산교육의 효시는 46년 한국산악회가 인왕산에서 실시한 제1회 록클라이밍 강습회이며 74년에는 한국등산학교가 설립됐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코오롱등산학교는 개교 날자가 85년 6월 5일인데 공교롭게도 그 날은 내 귀가 빠진 날이니 결혼 기념일과 함께 내 생애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22년이라는 긴 세월을 학교에 몸담으면서 약 7,000명의 졸업생을 탄생시켰다.

지금 우리는 4,000만 인구 중 1,000만이 등산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영국 산악인 조지 핀치가 “등산은 스포츠가 아니라 삶의 한 방법”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제 등산은 우리 삶의 한 방법이다. 산행 스타일도 워킹 위주에서 벗어나 전문등반에 입문하려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등산의 최우선 과제는 안전이다. 산은 알고 가면 안전하고 즐겁지만 모르고 가면 위험하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은 산과 등산세계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대중의 인식도 바뀌어 체계적인 등산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해마다 많은 수강생이 등산학교의 문을 두드린다.

아직도 “돈 쓰며 등산학교에 가서 왜 고생하느냐”는 사람이 있다. 숲은 보되 산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등산교육으로 인해 등반사고가 현저히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모르던 위험을 알고 위기관리능력을 키우면 위험하게 생각한 것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현재 전국에 30여 개, 수도권에만 8개의 등산교육기관이 있다. 학교마다 독특한 개성과 커리큘럼을 선보이며 활동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자신의 취향과 등반 스타일에 맞는 등산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금 우리는 1,000만 국민이 산에 가서 건강을 선물로 얻어오고 있다. 국민이 건강한 삶을 살면 정부의 의료비 부담 또한 절감되니 일석이조라 하겠다.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등산교육비를 부담할 때가 됐다. 국민건강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대응할 때가 된 것이다. 정부가 등산교육을 위해 예산을 투자하는 예는 몇몇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국립스키등산학교(ENSA)나 일본의 국립문부성등산학교가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상설등산학교다.

빙벽등반의 계절이 돌아왔다. 하얀 산에 대한 꿈을 키우기 위해 설산 운행 기술과 빙벽등반을 배우려는 수강생이 등산학교의 좁은 문을 두드릴 것이다. 춥고 지치고 온몸의 근육이 뻐근하고 때론 다치고.......심지어 돈까지 든다. 하지만 괴로울수록 중독되는 것이 빙벽등반의 세계다.

코오롱등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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