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적에는 기독교에 호감을 가지지 못 했는데, 이제는 적어도 구약은 마음먹고 연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스피스 운동 같은 그들의 감동적인 활동이 아프간사태 같은 다른 일로 자꾸만 흐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요.” 구수한 입담과 대중적 글쓰기로 잘 알려진 남경태(47)씨의 이번 번역 작업은 별난 데가 있었다.
6개월 작업 끝에 6,000매 분량의 ‘비잔티움 연대기’(바다)를 펴낸 것이 올 초. 스스로도 잘 된 번역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들녘 출판사에서 ‘바이블 키워드’(들녘)를 의뢰해 온 것. 10여년 동안 인문ㆍ역사 분야의 70여권을 옮겼으나 기독교 관련 서적은 처음이다. 성탄절 전까지 책을 내기 위해 막판 열기를 올리던 11월께는 매일 새벽 두세시까지 작업, 코피를 쏟을만큼 열을 냈다.
집안에서 형만 교회 나간다는 사실을 빼고는 기독교와 전혀 무관하던 그였다. 지나친 포교 열기, 독선적 태도 등 한국 기독교의 특수성도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강 건너 불이었다. 그러나 텍스트를 파고 들자, 전문 번역가의 장인정신이 그를 충동했다. “성서를 펴 들고 제 역문과 일일이 대조했어요.”
성서 상식을 사전식으로 설명한 이 책이 일반인들의 교양은 물론, 교회 주일학교 등의 자리에서 퀴즈 낼 때 큰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다. 영화나 팝송 등 대중 문화와 기독교를 연계 시키는 원저의 접근 방식 덕에 번역 작업이 고역만은 아니었다고 기억한다.
“성서의 상식을 재미있게 푼 이 책은 결국 성서로 돌아가자는 정신을 강조하고 있어요. 비기독교인들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올바른 성서 이해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요.” 최근 시비가 됐던 교회 납세문제와 관련, 그는 책 속의 십일조 관련 부분을 지적하면서 “한국의 고위 성직자들은 보다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년 11월부터 그는 일요일 오전 8시 10분부터 MBC 표준 FM에서 1시간 동안 교양 역사 프로 ‘타박타박 세계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지금은 만화가 이원복, 축구 평론가 정윤수 씨 등이 손님으로 나온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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