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나 정부에서 시행하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고 정상 판정을 받으면 안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건강검진이 병을 모두 찾아내지는 못한다.
지난달 초 충격적인 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한 환자가 올해 8월에 받은 건강검진에서는 별 이상이 없었는데 두 달 뒤 다른 병원을 찾았다가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우리 병원을 찾은 한 환자도 종합병원에서 3개월에 한번씩 간기능과 초음파검사를 받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이런데 건강검진이나 다른 검사를 모두 믿을 수 있을까? 건강보험공단 검진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일반검진은 가슴 X선 촬영, 혈액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가 해당된다. 가슴 X선 촬영은 간접촬영기계를 사용하면 일반 X선 사진의 1/20 크기여서 아주 작은 암은 발견하지 못한다.
일반 가슴 X선(직접촬영) 사진도 미세한 폐암이나 폐조직처럼 보이는 폐암은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간기능, 신장, 당뇨, 콜레스테롤, 소변 검사 등은 수치로 나타나므로 결과를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암 검사가 아닌 기능 검사임을 알아야 한다.
5대 암 검진은 어떤가? 폐암의 경우 가슴 X선 검사만 하므로 미세한 암이나 X선에 나타나지 않는 암은 발견하기 어렵다. 미세한 폐암을 발견하려면 가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PET-CT) 등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큰 돈이 드는 검사도 5㎜ 이하의 미세한 암은 찾지 못한다. 체중 감소, 계속되는 기침, 쉰 목소리, 각혈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꼭 재검사해야 한다.
위암은 위내시경이나 위장조영술로 찾는다. 위장조영술은 위벽 뒤쪽에 숨은 암은 잘 찾아 내지만, 색조 변화만 있는 편평한 암은 잘 찾지 못한다. 위내시경 검사는 병변 이상을 바로 조직검사할 수 있어 훨씬 더 정확하다. 다만 위 안이 아닌 위 바깥에 생긴 암은 볼 수 없어 찾기 힘들다.
간암은 초음파검사와 암표지자검사(혈액)를 통해 발견한다. 초음파검사에서 간암 대부분이 발견된다. 하지만 5㎜ 미만의 미세한 암이나 간세포와 비슷한 암, 담도나 담낭내암, 췌장암 등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체중감소, 황달, 복통, 발열 등이 지속되면 MRI나 CT를 찍는 게 좋다. 간기능 이상이나 간경화 환자의 경우 간암표지자검사(알파-FP)를 하면 간암이 아니더라도 수치가 이상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다만 이 수치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면 간암을 의심해야 한다. 이처럼 수치가 전보다 크게 증가했다면 먼저 CT를 하는 게 좋다.
대장암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에서 1차적으로 대변검사만 실시하기 때문에 장출혈이 없으면 알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앞에서 말한 환자가 대장암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다.
따라서 건강보험공단에서 대장암검사(대장내시경이나 대장조영술) 기간을 3~5년으로 늘리더라도 반드시 이 검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대장암표지자(CEA)검사도 다른 암이 대장이나 유방으로 전이됐을 때 수치가 높아진다. 위암이나 췌장암을 앓아도 CEA수치가 늘어난다.
유방암 검사는 가슴 X선 촬영(맘모그래피)을 먼저 실시한다. 가슴 X선 촬영 시 치밀 유방이면 X선 촬영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유방암을 잘 발견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직접 손으로 진찰하고 유방암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
자궁경부암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세포진검사(세포 도말검사)를 통해 알아낸다. 이 암은 진행 속도가 느려 2년 만에 하는 정기 검진으로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5대 암 검진에 속하지 않은 난소암은 초음파 검사를 추가해야 한다.
건강검진을 받은 뒤 얼마 되지 않았더라도 이상을 느끼면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검진 만으로는 숨은 질병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음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와 상의하자.
우선 몸무게가 줄었다면 숨은 암, 당뇨병, 결핵 등을 의심하라. 둘째 빈혈이 나타나면 대장암, 백혈병, 악성빈혈을 의심하라. 셋째 변비가 계속되면 대장암, 자궁경부암, 난소암을 의심하라. 넷째 심하게 피로를 느끼면 각종 암과 미네랄 이상, 중금속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승남ㆍ베스트클리닉 원장(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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