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긴장감이 사라졌다.
17대 대선이 13일로 6일을 남겨놓은 가운데 1년여를 이어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독주 구도는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판세를 뒤흔들 변수도 눈에 띄지 않는다.
대선 하루 전까지도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던 2002년이나 97년 대선과 비교하면 이번 대선에선 도무지 박진감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역대 가장 재미없는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때문에 투표율이 아주 낮을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 후보는 올들어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올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최고 53.9% ~ 최저 34.8%안에서 움직였다. “국민이 노망들었다”(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는 푸념도 나왔지만 “참여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에 경제 프레임이 일찌감치 민심 안에 자리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당내 경선에서, 그리고 본선에서 한번씩 위기를 맞았다. 경선 직전 도곡동 땅 차명 소유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출렁였고, 본선에서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지지세가 잠시 빠진 적이 있다.
하지만 35% 선만은 지켜냈다. 거센 네거티브 공세도 이 후보의 지지율을 꺾어 내리지 못했다.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라고 불리던 이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은 검찰 조사결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고, 결국 다른 의혹까지 함께 덮어 버렸다. “네거티브가 크게 먹힌 2002년 대선에 대한 역 편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DJP연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등 각종 합종연횡이 이전 대선판을 흔들었다면 이번에는 각개약진으로 끝날 것 같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보수는 분열됐고, 이런 와중에도 범여권은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후보간의 단일화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범 여권 후보들은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결국 대선은 다자(多者) 구도로 정리됐다.
범 여권의 단일화 실패는 이명박 후보의 독주와 인과관계가 있다. 범 여권 사람들의 머리 속에 “끌어 모아 봐도 승산이 없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활을 걸고 단일화에 나서지 않은 측면이 있다. 물론 내년 4월 총선을 둘러싼 서로 다른 계산이 원심력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범여권의 단일화 실패는 막판 접전에 대한 마지막 가능성까지 접게 만들었다. 대선의 재미는 더욱 떨어졌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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