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통령 연임 제한 철폐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이 제헌의회에서 승인됐다고 9일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에서 140마일 떨어진 소도시 오루로에서 열린 개헌안 투표에서 제적 의원 255명 가운데 집권 사회당 소속 의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153명이 참석해 찬성표를 던져 승인됐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수세기 동안 지속돼온 소수 유럽 출신에 의한 통치를 끝내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최대 야당인 우파 포데모도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투표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개헌안 승인이 발표된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개헌안이 모랄레스 대통령의 영구 집권을 획책하고 있다”면서 항의 시위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안은 5년 단임제인 현 대통령의 임기 제한을 철폐해 연임이 가능토록 했으며, 인구의 62%를 차지하는 토착 원주민들에게 폭 넓은 자치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원제인 현 의회를 단원제로 통합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개헌안은 상하원 합동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국민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2005년 12월 원주민 출신으로는 최초로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모랄레스 대통령은 현재의 소수 유럽 출신의 기득권을 반영하는 헌법이 민주적이지 않다면서 개헌을 주도해왔다. 1862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볼리비아는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소수의 유럽계가 정치와 경제를 장악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이 승리했으나 앞길이 순탄하지 만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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