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 보이기만 하는 고학력의 30대 남성이 왜 그토록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을까. 12일 검거된 강화도 해병대 총기 탈취 사건의 범인 조모(35)씨는 군경 및 범죄전문가들의 당초 예상과 달리 대학원까지 졸업한 고학력자에 전과도 없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0대였다.
● 범인은 누구
조씨는 경기 파주에 있는 육군 1사단에서 병장으로 제대했다. 부산 연제구 우체통에 집어 넣었던 편지에서 맞춤법조차 틀리긴 했지만, 조씨는 지방 모 대학 금속공예과와 서울 K대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다. 보석세공사를 꿈꾸던 조씨는 내성적이고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에서 보석세공을 전공한 조씨는 몇년 전 김포공항 내 상가에서 금속 액세서리 판매 사업을 하다 사기를 당해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씨는 이후 강남의 한 직장을 다니다 그만둔 뒤 친구들과 액세서리 행상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일정한 직업 없이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혼인 조씨는 부모와 따로 살면서도 한 달에 서너 번은 꼭 수도권 지역에 있는 부모 집을 방문했다고 한다. 조씨가 경찰에 보낸 편지의 글씨체를 본 한용택 한국문서감정사회 회장은 "글씨체가 많이 떨리고 글자 사이에 여유가 없이 치밀하다"며 "이는 글 쓴 사람이 매우 긴장해 있거나 겁이 많은 성격의 소유자임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씨의 부모와 친구, 이웃 등은 조씨가 "내성적인 편이지만 평범하고 착한 사람이었다"며 조씨가 총기 탈취범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씨의 부모는 "한달에 서너 번은 꼭 집에 찾아올 만큼 착한 아들이었는데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니, 믿을 수 없다, 인정할 수 없다"며 울부짖었다.
# 대학원까지 나와… 주변선 "평범한 사람"
# 보석세공사로 일하다 최근엔 직장없이 지내
● 범행 목적은
조씨는 12일 밤 용산경찰서에서 군경합동수사본부가 있는 인천경찰청으로 이송된 뒤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만 인정할 뿐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조씨의 범행 동기는 확실치 않지만 경찰은 일단 토막토막 나오는 조씨의 진술과 부모 등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조씨가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사실이 이번 범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조씨는 최근 8개월 동안 용산구 반지하 방 월세를 내지 못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3층 집 반지하 1층의 보증금은 300만원, 월세는 25만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무기를 탈취한 뒤 은행 강도 등을 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그러나 경찰은 대학원까지 졸업한 마당에 사업에도 실패하고, 지금껏 결혼도 하지 못한 내성적 성격의 조씨가 경제적 어려움이 쌓인 나머지 우리 사회에 불만을 갖게 되자 이를 분출하기 위한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범행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편지에서 '선배들이 이룩한 민주주의''광주 5ㆍ18'등을 언급한 점을 보면 최근 한국의 정치, 경제적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씨의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했지만 사업비는 내가 댔고, 지금껏 돈이 필요할 때마다 내가 줬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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