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는 있다. 탤런트도 있다. 그런데 가수는 없다. 올해 연말에는 공중파 방송국 3사 중 어디에서도 가요 시상식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이미 MBC와 KBS가 가요 시상식을 그만둔 데 이어 올해부터 SBS도 가요 시상식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SBS 관계자는 “시상식이 공정성 시비 등 부작용이 있고, 올해는 가요계가 침체 현상을 보이는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시상식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연말의 공중파 가요 시상식에서 인기 가수로 선정된 가수가 곧 그 해 최고의 인기 가수로 인정 받았던 80, 90년대와 달리, 최근에 이뤄졌던 가요 시상식은 공정성 문제로 휘청거렸던 게 사실. 얼마 전에는 수상 결과에 불만을 품은 대형 기획사와 공중파 방송사의 갈등이 표면화 되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다양해진 가요 시상식도 공중파 가요 시상식의 권위를 흔들었다. 케이블 음악채널 m.net과 KMTV의 음악 시상식인 ‘MKMF’는 이미 가요계의 가장 큰 시상식으로 자리잡았고, 순수하게 음악성만을 심사 기준으로 삼는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은 기존 음악 시상의 대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사의 음악 시상식 폐지는 근본적으로 공중파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국내 대중음악의 현재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방송사에서는 시청률에 도움이 안 되는 대중음악을 외면하고 있다”며 “가수가 오락 프로그램에 나오는 걸 더 바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가수들 입장에서도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 케이블 음악채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차트를 휩쓸며 인기를 모은 그룹 빅뱅, 다양한 UCC를 통해 홍보가 된 그룹 원더걸스의 ‘Tell me’처럼 인터넷이 음원의 새로운 홍보 창구가 된 상황에서 공중파 방송사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잦은 연말 공연으로 가수들이 가요 시상식 자체에 불참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공중파와 가수 모두 가요 시상식에 연연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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