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후보 경쟁에서 침례교 목사 출신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기독교 보수세력의 지지를 바탕으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자 당내 경선이 마치 ‘성전’을 치르는 듯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종교적 소수파인 몰몬교 신자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내년 1월3일 최초의 코커스(당원대회)가 치러지는 아이오와주에서 허커비 전 지사에게 밀려 지지율 2위로 추락하면서 ‘종교 전쟁’의 중심 전선은 이 두 주자 사이에 형성됐다.
시사주간 뉴스위크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자신의 신앙 때문에 지지세가 위축되고 있는 롬니 전 지사는 6일 종교에 관한 연설을 자청, 일종의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롬니 전 지사는 이 연설에서 “나는 종교의 한 분파만을 주장하지 않으며 신의 전지전능함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든 사람들은 나의 친구이자 동맹”이라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종교적 권위가 나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기독교 보수세력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애썼다.
그는 “종교가 자유를 필요로 하는 만큼 자유도 종교를 필요로 한다”며 ‘종교의 자유’를 역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허커비 전 지사는 “다른 종교를 평가하거나 심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논평을 회피했다.
허커비 전 지사는 이미 다른 자리에서 “(19세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에 의해 새로운 성서가 발현됐다는 증거는 없다”며 미국에서 생성된 ‘19세기 성경’의 존재를 믿는 몰몬교가 이단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통해 롬니 전 지사를 우회 공격했다.
‘종교 전쟁’의 부정적 측면은 여론조사를 가장한 인신공격 등 이른바 ‘더러운 책략’에서도 확인된다.
아이오와주에서는 한동안 “몰몬교는 이단적 의식이다. 이 종교가 롬니 전 지사에 대한 지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라며 여론조사를 가장해 롬니 전 지사에게 상처를 입히는 ‘전화 부대’가 등장했었다. 허커비 전 지사측은 물론 자신의 진영이 이러한 책략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복음주의자 등 기독교 세력이 전통적 지지 기반인 공화당에서 이 종교 전쟁이 승패를 가르는 사활적 요소가 될 수 있음은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일례로 아이오와주에서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민주 당원 가운데 40%이상이 기독교 보수세력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가운데 47%가 허커비 전 지사를 지지하고 있고 롬니 전 지사에 대한 지지는 14%에 불과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지지세에 힘입어 허커비 전 지사는 아이오와주 전체에서 39%의 지지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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