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증 환자의 충동적 범행
강화도 해병대 총기 탈취 사건을 수사해 온 군경 합동수사본부는 13일 이번 사건이 “우울증을 앓아온 조모(35)씨의 우발적인 단독 범행”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의 충동적 범행’이라고 보기엔 범행 준비가 철저했고, 범행 동기 역시 석연치 않은데다, 망원 조준경이 부착된 공기총 등이 발견돼 추가 범행 의혹이 제기되는 등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 경찰 “조씨는 우울증 환자”
김철주 인천경찰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씨는 날씨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심하게 변하는 성향을 갖고 있어 약 3개월 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씨는 범행 당일에도 비가 많이 내리자 우울한 기분에 강화도를 배회하다 충동적으로 순찰하는 군인들을 보고 평소 갖고 다니던 흉기로 범행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씨가 1년 전 사기를 당해 사업에 실패하고, 10년간 사귀어온 애인과도 헤어져 외부 접촉을 기피하는 등 사회폐쇄적 성향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편지봉투와 편지에서 검출된 지문, 강화도 범행 현장에서 수거된 모자와 안경 등에서 확보한 혈흔 DNA가 모두 조씨의 것과 일치했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종합할 때 공범이 있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씨가 12일 검거 당시 현금 100만원 묶음 2개와 수표 등 1,100여만원을 갖고 있었으나 이는 조씨가 보관하고 있던 귀금속 등을 검거 직전 팔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 풀리지 않는 의문
▲ 철저했던 범행 준비
경찰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조씨의 우울증 치료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우발적 범행이라고 하기엔 조씨의 범행 하나하나가 마치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인 듯 너무나 완벽하고 치밀해 조씨의 진술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무엇보다 조씨가 “충동적으로 훔쳤다”는 도난 차량을 범행에 이용한 점이다. 조씨는 훔친 차량의 노출을 피하려고 미리 번호판을 위조했고, 강화도 범행 현장에서도 이 차량을 이용했으며, 이용 후에는 불태웠다. 더구나 조씨는 범행 차량을 불태운 뒤에는 인근에 미리 세워놓았던 자신의 차량을 타고 유유히 귀가했다. 더구나 조씨는 도주로까지 미리 계산에 넣은 듯 서해안고속도로로 직접 빠질 수 있는 강화도 초지대교 인근을 범행 장소로 골랐다.
특히 조씨는 살인까지 저질러 당황할 만 한데도 도주시 CC(폐쇄회로) TV에 찍히지 않으려고 햇빛 가리개와 휴지상자로 얼굴을 가렸다. 조씨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경찰에 보낸 편지에서 “자수할 예정”이라고 하는 등 우발적 범행이라는 진술과 어긋나는 행동을 해보였다.
심리 전문가들은 의도와 달리 사건이 커지자 조씨가 당황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우발적 범죄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기본적인 범행과정이 치밀했고 수사의 혼선을 빚게 만들 목적으로 편지를 쓴 점 등으로 미뤄 충동적인 범행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려대 심리학과 권정혜 교수는 “우울증으로 인해 심리적 변화가 있었을 수는 있으나 조승희 사건처럼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기 위해 편지를 썼고 범행 차량을 따로 준비한 점 등은 충동적 범행으로 보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 추가 범행 의혹
조씨가 귀금속을 팔아 1,100만원을 마련했다지만 특별한 직업 없이 8개월치 월세를 내지않은 점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 경찰이 13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조씨의 자취방에서 찾아낸 6연발 탄창을 갖춘 S산업의 ‘리베로5.0㎜’공기총 1정, 책상 서랍에서 나온 전기충격기 등은 추가범행 의혹을 낳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조씨는 7월16일 용산경찰서에서 총기소지 허가를 받아 공기총을 보관해왔고, 앞서 2005년에도 권총식 가스분사기 소지 허가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조씨가 이들 무기를 이용, 강ㆍ절도 등 강력 범죄를 추가로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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