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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버냉키… 차가운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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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버냉키… 차가운 금융시장

입력
2007.12.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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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미 FRB 의장)의 크리스마스 '깜짝'선물은 없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1일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정책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25%포인트 내렸다.

내심 화끈한 선물(0.5%포인트 인하)을 기대했던 시장(뉴욕 증시)은 일찌감치 기정사실화했던 금리인하가 무덤덤한 수준으로 발표되자 실망매물을 쏟아내며 큰 폭(2.14%)으로 빠졌다. 하지만 평소 미국이 '기침만 해도 독감에 걸렸던' 아시아 증시는 12일 1% 안팎 하락에 그쳤다. 한국은 되려 오르기까지 했다.

FRB 상황인식 달라졌나

금리인하 폭이 밋밋하자 시장의 관심은 상황 분석 및 전망을 담은 FOMC의 성명서에 쏠렸다.

우선 10월 회의 당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있다'는 표현이 '둔화하고 있다'로 바뀌었다. 중앙은행도 미국의 경기 둔화를 사실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10월엔 당시 0.25%포인트 금리인하로 '물가상승 위험과 경기둔화 위험이 대체로 균형을 잡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번엔 이런 언급을 빼고 '경기와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만 했다. 회복에 대한 '기대' 대신, 나빠질 '우려'를 강조한 셈이다.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해석은 갈렸다. '이번 금리인하는 이전 2차례 인하와 함께 미국 경제가 장기간 완만한 성장을 이루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표현을 들어 "당분간 금리인하는 어려워졌다"고 보는 측과 "크게 보면 이전 입장과 별 차이가 없다.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크게 보면 앞선 금리인하 이후에도 기대와 달리 경제가 계속 나빠지고 있고 추가 금리인하의 부작용도 우려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방향성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10월 성명서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했지만 결국 금리인하 여부와 폭은 10~12월 사이 경제상황이 결정적이었다"며 "향후 추가인하의 최대기준도 역시 앞으로의 경제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의 고민

지난해 5월 이른바 '버냉키쇼크'(전격 금리인상 시사 발언으로 주가 급락) 이후 시장 일각에서는 '버냉키 리스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그에 대한 평가는 일정하지 않았다.

이번 0.25%포인트 인하를 두고도 "버냉키가 결국 소신(동결로 인플레 차단)을 지키지도 시장에 화답(파격적 인하)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차례 전격 금리조정으로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과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옹호론자들은 버냉키를 둘러싼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유가 등 인플레 압력과 경기 경착륙 우려 등 다중 악재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이다.

오 파트장은 "그는 교수시절 '중앙은행은 디플레 방지라면 헬기로라도 돈을 뿌려야 한다'고 할 정도로 공격적인 사람"이라며 "FRB의장이 된 후 자리에 맞는 신중함을 보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도 "심리로 움직이는 증시는 태생적으로 '쇼'를 원하지만 장기 저인플레 상황이던 그린스펀 시절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중앙은행은 예측가능성과 일관성이 가장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버냉키는 정도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영향은

당장 미국 증시의 반응에 비해 아시아 증시의 반응은 밋밋했다. 홍콩(-3.06%)을 제외한 각국 증시 하락폭은 2%를 넘지 않았다. 초반 1,900선 밑으로 내려갔던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오히려 전날보다 소폭상승(1,927.45)했다. 그만큼 미국 금리인하의 파괴력이 시간을 지날수록 잦아든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발 신용경색 사태가 내년에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금융불안이 국내 실물분야에 영향을 미치지 시작할 수 있다는 경고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동양종금증권 이동수 연구원은 "FRB가 불확실성을 한층 강조함에 따라 당분간 미국경제의 향방에 대한 논란이 보다 확대될 것이며 이는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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