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이 대선을 앞두고 빗나간 소신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임기 말 대통령이 쓸데없이 집착하는 기자실 폐쇄를 위해 출입기자를 거짓으로 유인하는 술책을 쓰는가 하면, 자신의 처세를 어지럽힌 부하 경찰관을 손보기 위한 것으로 짐작되는 표적수사에서 대통령 측근의 비리가 불거지자 해외 도피를 방조한 의혹이 짙다.
기자실 문제로 경찰과 맞서고 있는 언론으로서는 감정적 대응이나 과장을 경계해야겠지만, 정권 교체기 권력기관장의 방황을 가장 저열하게 드러낸 일이라고 본다. 권력 변화에 바장이는 모두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경찰청 기자실 폐쇄는 한마디로 치졸하다. 세세한 이력을 일일이 늘어 놓을 일은 아니지만, 경찰과 경찰청 출입 언론은 우리사회의 법과 정의와 인권의 적나라한 현실을 함께 감당하며 치열하게 견제하는 동시에 긴밀하게 유착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경찰 수장이 시민사회운동 주변의 언론에서 몸을 일으킨 대통령 측근이 주도하고, 그에 솔깃한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기자실 혁파에 사술까지 동원하는 것은 아주 위선적이다.
물론 이런 잘못이 그릇된 언론 관행을 합리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 조광한씨 비리사건을 처리한 꼴은 대통령과 경찰청장이 언론 적폐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을 스스로 비웃는 결과가 됐다.
조 전 비서관의 비리혐의는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 때 상부 압력으로 수사를 중단했다고 폭로한 서울경찰청 오 모 경위의 비리를 캐는 과정에서 불거졌다고 한다. 국무조정실이 강남 술집과 공무원들의 유착 정보를 통보한 데 따른 수사라지만, 표적수사 의혹을 씻기 어렵다.
더욱이 오 경위의 인사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확인된 대통령 측근의 해외 도피를 방치한 것은 이 청장의 소신 행보가 보신을 위해 권력을 추종하는 해바라기 성향에 불과함을 확인시켰다고 본다. 정권 교체기에 소신과 줄을 바꾸는 기회주의적 공직 풍토도 문제지만, 무모한 마무리를 위해 함부로 권한을 휘두르는 것은 도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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