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이 대선과 삼성 비자금 특검 정국을 맞아 대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 하지만 물밑에선 내년 경영 계획을 구상하고 굵직한 해외 인수ㆍ합병(M&A)을 추진하는 등 정중동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9월에 집행유예로 풀려나 일본에서 요양 중인 김승연 한화 회장은 대통령 선거일(19일) 이전인 17일께 귀국한다. 일본으로 떠난 지 3개월 만의 귀국인 셈이다.
김 회장은 현재 한화가 일본에 운영 중인 골프장 나가사키 오션팰리스에서 머물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한화가 6,500만달러에 인수한 미국의 고기능 복합소재 업체 아즈델사 관련 보고를 직접 받는 등 글로벌 M&A 업무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귀국 후 전과 같은 활발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그룹 차원의 글로벌 전략을 직접 챙기는 등 이전과 같은 활발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이 그 동안 자리를 비워 최종 결정이 늦춰진 한화건설의 해외 엔지니어링업체 인수 프로젝트, ㈜한화의 항공기 부품회사 인수 프로젝트 등 글로벌 M&A 1~2건이 조만간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 한남동 자택에 칩거 중인 이건희 삼성 회장은 특검 정국을 돌파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특검 정국을 정면 돌파할 것인지, 아니면 우회 전략을 택할 것인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 사장단 인사를 비롯, 내년 사업 계획과 후계 구도 등 삼성의 미래와 관련된 현안에 대해서도 조만간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만큼 칩거 중에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없는 입장이다.
다른 그룹 총수들도 과거 대선 때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줄줄이 해외 출장길에 올랐던 것과는 달리, 주로 국내에 체류하며 대선과 새해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이면 해외에서 새해 경영 구상을 해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올해 국내에 머물기로 했고, 구본무 LG 회장도 연말연시 해외 출장 스케줄이 없다.
허창수 GS 회장은 곧 중동 출장을 떠날 예정이지만, 대선 전날인 18일 귀국한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SK에너지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해외 출장이 빈번했던 최태원 SK 회장도 연말연시를 국내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낼 계획이다.
반면 여수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비교적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은 후계자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함께 8일 열린 기아차 중국 2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17일 양재동 본사에서 해외지역본부장 전원을 소집해 직접 회의를 주재한다.
정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 일본 등 일부 해외시장의 부진 요인을 집중 논의, 내년 사업 계획을 새롭게 구상한다는 방침이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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