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계절이 돌아오자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연례행사처럼 또 흔들기를 하고 있다. 언론사는 개인 기업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정치권, 특히 대선 후보가 종부세 후퇴를 거론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나도 종부세 좀 내봤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하는 대다수 국민이, 종부세를 후퇴시키겠다고 나서는 후보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정치인은 표가 부자에게서만 나온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미국에 사는 우리 교포들은 한국의 종부세 논란을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집값의 1% 정도를 재산세로 낸다. 10억원짜리 집이라면 연간 1,000만원 정도 낸다는 것이다.
이민 가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집을 사는데, 이 정도 세금은 당연하게 여긴다. 요즘에는 국민 상당수가 미국에 사는 친지가 있을 테니 기회 있으면 한번 물어보면 된다.
그러나 국민 정서나 외국 사례와는 별개로 종부세는 과연 좋은 세금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교과서를 보면 토지보유세는 세금 중 가장 우수한 세금이라고 되어 있다.
토지는 보유세로 인해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기 때문에 시장경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세금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토지에 대한 가수요가 넘치는 현실에서 토지보유세는 이 고질병을 고쳐주는 명약이다. 경제원론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종부세는 토지보유세의 한국판이다. 그렇다면 아무쪼록 종부세가 잘 정착되도록 힘을 모아야지, 툭 하면 이걸 후퇴시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언론사든 정치권이든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원론을 무시해가면서 국민 다수를 외면하고 소수의 부유층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종부세 후퇴론자가 흔히 내세우는 이유는 1가구 1주택자의 문제다. '달랑 집 한 채 있는데 비싼 종부세를 물어야 하는가'라고 억울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 수를 내세우는 것은 정서에 호소하여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전략이다. 핵심은 몇 채가 아니라 얼마짜리냐다. 한 채 소유자라고 해서 세금을 깎아 준다면 가급적 값나가는 집 한 채를 보유하려고 할 것이다. 그만큼 가수요를 조장하게 된다.
물론 종부세에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종부세는 토지와 건물에 통합 과세하는데 건물에는 부과하지 말고 토지에만 부과해야 한다. 보유세의 장점은 '토지'보유세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혹 공시지가는 아파트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걱정해서 통합 과세한다면, 공시지가를 바로 잡아 해결해야 한다. 편법을 쓰면 당장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건물 공급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기준 금액 이상의 부동산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매기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토지보유세의 이익은 토지의 용도, 가격 등 구분 없이 균일하게 부과할 때 가장 크다.
또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일부 지역에 세금이 집중되어 '강남 때려 잡기'라는 오해의 빌미를 제공한다. 종부세 기준을 내리지 않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과세 대상 지역은 저절로 확산되겠지만.
꼭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재산 관련 세수가 많아지면 당연히 다른 세금을 감면해야 하는데, 이걸 좀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세제를 종합적으로 개편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종부세는 세수 증대의 편법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된다. 토지를 소유하는 모든 국민이 높은 보유세를 내고 그만큼 다른 세금이 줄어드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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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토지정의시민연대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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