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유, 왜 안싸워, 많이 싸우죠. 내가 번역하면 ‘아빠’가 교정ㆍ윤문하면서 꼬장꼬장 지적해요. 가령 <칼의 노래> 에 고구마, 옥수수가 나오는데 당시엔 없던 것이라며 고쳐야 한다는 거예요. 작가의 표현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서다가 결국 작가 김훈씨에게 연락해 수정 허락을 받았죠. 번역본-교정본을 대여섯 번 돌려보고 나서야 한 작품이 번역됩니다.” 칼의>
13일 한국문학번역상 대상을 받은 고혜선(57ㆍ단국대 교수), 프란시스코 카란사(61ㆍ전 한국외대 교수)씨는 부부다. 두 사람이 스페인어로 공역한 장편소설 <칼의 노래> 는 2005, 2006년 2년간 해외 출간된 한국문학 번역작품 중 가장 우수한 성과로 인정받아 한국문학번역원이 제정한 제8회 번역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고씨는 “내년이 결혼 30주년인데 기념 선물을 미리 받은 느낌”이라며 소감을 말했다. 칼의>
한국인 고씨와 페루 태생 카란사씨는 콜롬비아의 한 대학에서 유학생으로 만났다. 1978년 결혼한 두 사람은 80년대 전반 각각 단국대, 한국외대 교수로 자리잡으면서 한국문학 스페인어 번역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스페인, 남미에 한국 역사를 알릴 겸 일제-한국전쟁-60, 70년대 산업화로 이어지는 사회 변화상을 반영한 작품을 선별, 92년 멕시코에서 출간한 <한국중단편선집> 이 부부의 첫 공역서다. 한국중단편선집>
이후 주로 장편소설 번역에 나서 이문열 <젊은 날의 초상> , 김원일 <마당 깊은 집> ,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 김주영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와 오정희 단편선집 <바람의 넋> 등 총 13권을 해외에 소개했다. 멕시코 한인 이민 100주년인 2005년 출간하려 번역한 김영하 장편 <검은꽃> 은 출판사 섭외가 늦어져 내년 초 멕시코에서 나온다. 검은꽃> 바람의> 고기잡이는> 서편제> 당신들의> 마당> 젊은>
2005년 스페인 트로타 출판사를 통해 나온 <칼의 노래> 는 현지 공영TV에서 ‘금주의 책’으로 선정되고, 대형 서점 ‘까사 델 리브로’에선 7개월간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20위권을 기록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칼의>
최근 영화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스페인의 한류 바람도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한몫했다. 아쉬운 것은 비싼 책값. 카란사씨는 “유로화가 강세다보니 남미에선 이 책의 값이 무려 43달러”라며 “스페인어권 전역에서 두루 읽힐 수 있도록 앞으론 가급적 물가가 싼 남미에서 출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결혼 당시 스페인어 문학을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은 제법 많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적었다”며 “한국 문학을 스페인어권에 알리는 일이 우리 결혼의 의미라고 자못 비장해 했었다”며 웃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이 이 부부 동지의 30년 원칙. 요즘은 한국 고전시가를 소개하기 위해 <구지가> <공무도하가> 부터 신라 향가, 고려가요까지 100여 편을 번역하고 있다. 내년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일로도 부부는 분주하다. 공무도하가> 구지가>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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