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생후 4개월만에 네덜란드 외교관 부부에게 입양됐다 홍콩의 한 복지시설에 버려진 ‘우리 딸’ 제이드(7)양은 언제 새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법적 부모는 네덜란드인, 국적은 한국인, 보호는 홍콩 정부’인 제이드의 복잡한 상황과 “버리지 않았다”는 양부모의 애매한 태도 등으로 제이드의 새출발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파양(罷養)인가 아닌가
양부모 라이문트 푸테라이(55) 부부는 비난이 집중되자 “아이가 네덜란드 음식과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치료를 위해 보호기관에 잠시 맡긴 것”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물론 정식 파양 신청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보면 이들의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 부부는 지난해 5월 ‘입양 완료 후 파양’절차를 시작하기로 홍콩 복지국과 합의했다. 따라서 제이드가 홍콩에서 불법 체류자가 되지 않도록 새로 입양될 시간을 보내고 있는게 현 상황이다.
아이의 ‘적응력’을 문제 삼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홍콩총영사관 관계자는 “제이드를 만났는데, 예쁘고 쾌활하고 밝은 성격에다 말(영어, 광둥어)도 잘하는 보통 아이”라며 “양부모는 아이를 키울 때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행동들을 문제 삼은 것 같다”고 분개했다.
정부, 못 데려오나
정부는 지난해 10월25일 홍콩 복지국의 연락을 받고 귀국 방안을 고려했지만 “귀국은 마지막 선택”이라는 입장을 정했다. 한국어나 한국 문화를 모르는 제이드에게 귀국이 최선책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친부모는 연락이 끊겼고, 친척 등도 연락 받기를 꺼리는 데 억지로 떠맡길 순 없다”며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 홍콩 거주 한국인 가정에 입양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홍콩 입양 절차
홍콩 한인회는 “언론을 통해 제이드의 딱한 사실이 처음 알려진 9, 10일에는 입양 문의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전했다. 10여 가정이 입양을 공식 신청했고, 홍콩 입양기관과 인터뷰를 한 가정도 3곳이나 된다. 국내에서도 사업가 A(45)씨가 한인회에 입양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까다로운 홍콩의 입양 절차가 걸림돌이다. 부모 후보의 학력, 재산, 가족관계, 병력(病歷) 등 서류심사와 여러 차례 면담을 해야 한다. 잘 키울 마음이 있는지 알아보는 길고도 복잡한 과정 때문에 홍콩의 한 교민 여성은 입양을 6개월간 추진하다 포기했다.
양부모에 책임 물릴 수 없나
외교부는 아동 인권 보호 측면에서 푸테라이 부부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확인 중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동인권 보호 관련 국제법 위반 행위가 아닌지 알아보고 있다”며 “특히 푸테라이 부부가 파양 절차 이전에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어린이를 보육시설에 맡긴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진실희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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