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나 현대중공업 누가 주인으로 오더라도 미래 비전과 희망을 심어줄 수만 있다면 만족합니다."
10일 매각 초읽기에 들어간 현대오일뱅크의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죽리 공장을 찾았다.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송악IC로 빠져 38번 국도로 40여 분을 달리자 서해안 바닷가에 55만여평 규모의 대산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오일뱅크는 1964년 극동정유로 출발해 93년에 현대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현대정유로 거듭났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저유가 시대가 오면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현대정유는 2002년 4월 아랍에미리트(UAE) 석유회사인 IPIC에 경영권을 넘겨주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리고 5년이 흘러 또다시 새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대산공장 직원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직원들 나름대로의 생활철학도 만들어졌다. 이승주 노사협력팀장은 "주인이 없어도 혼자 잘 굴러가는 회사라는 점에서 직원들의 자긍심과 사기는 어느 회사 못 지 않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흑자로 돌아선 현대오일뱅크는 새 주인이 누가 되든 2011년까지 2조1,000억원을 들여 고도화 시설을 확장하기로 했다. 대산지방산업단지 내에 30만평의 부지를 확보해놓고 이미 설계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홍병해 생산관리팀장은 "고도화시설이 완공되면 고유황 중유 분해능력은 현재 6만1,000배럴에서 11만6,000배럴로 늘어난다"며 "하루 5만5,000배럴을 배럴당 30달러 정도씩 더 받는 비싼 기름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라 부가가치는 하루 17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기준으로 1년이면 6,200억원, 4년이면 투자한 2조1,000억원을 뽑는다. 그만큼 고도화설비는 미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꼭 필요한 생존 전략이다.
대산 공장 직원 800여명은 IPIC가 경영권 매각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나면서 고용불안에 따른 동요보다는 각자의 일에 매달려 묵묵히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 주인이 오더라도 고유가의 파고를 넘기 위해선 시설투자와 고용확보는 필수조건이라는 분석이 이들에게는 오히려 앞날에 대한 희망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 팀장은 "지난 1년간 회사 매각에 대한 각종의 소문으로 직원들이 동요하는 기색이 컸지만 이제는 새 주인 누가 오든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대산=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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