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의 위기가 한국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평생 사적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해온 기업인이 공공세계를 관장하는 대통령 후보로 나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으며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덕담으로 자리잡은 데서 보듯 맹목적인 사적이익 추구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더 이상 흠이 되지 않고 있다.
효율성과 경쟁력을 지고지순한 가치로 내세운 정치세력으로의 정권교체가 목전에 다가온 한국사회는 단순히 공공성의 위기가 아니라 ‘공공성 붕괴’라는 시한폭탄이 작동하고있는 사회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사회비평> 과 <비평> 겨울호는 한국사회에 공공성의 위기가 왜 등장했고, 어떤 양태로 작동하는지를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한다. 비평> 사회비평>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사회비평> 에 실은 글 ‘사회의 기업화와 공공성의 위기’에서 1987년 민주화운동의 성과로 병영사회가 해체됐지만 그 결실인 자유의 공간을 시민대신 기업이 차지하면서 공공성의 위기가 도래했다고 진단한다. 사회비평>
그는 “민주주의는 사람들 사이에 잠복돼 있던 욕망과 이기심, 계층상승의 열망을 폭발시켰으며, 억압이 없어진 자유공간에서 구매력 있는 기업권력이 군과 경찰, 관료조직보다 더 심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며 “그 결과 한국사회는 대통령보다 삼성총수 이건희의 영향력이 커졌으며 가족 학교 공공기관 NGO 등 돈벌이와 전혀 관계없던 모든 사회조직조차 이윤을 목표로 하는 ‘기업사회’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교육, 보건, 의료, 사법, 행정 등 모든 분야에서 재산권의 논리가 공공성의 논리를 압도하게 된 것은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가의 보호막이 없어진 마당에 최대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의 행위에는 일면의 진실이 있다”면서도 “사회가 기업화돼 공공성이 무너지면 기업의 존립에 필요한 신용, 자원, 양질의 노동력, 소비시장도 없어지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숭희 서울대 교수는 같은 잡지에 ‘허울 뿐인 공교육’이라는 글을 싣고 우리 교육은 공교육이라는 외피를 쓴 사교육이었을 뿐이었다고 주장한다. 중학교의 40%, 고등학교의 60%, 대학교의 80%를 사립학교에 의존하지만 이를 공교육체제로 강변한 것은 군사정부의 무식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교육은 무상으로 받는 공적서비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내돈 내고 학교에 다니는 것’을 당연시했고, 부유층에서는 입주과외생을 들이고 암암리에 기부입학을 추진하는 등 누구도 교육의 공공성 측면을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공교육의 핵심철학은 교육을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며 “공교육을 초기의무교육으로 한정짓는 소견에서 탈피해 인내심을 갖고 평생학습체제구축이라는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희 국민대 교수는 <비평> 에 기고한 ‘공공성의 경제학’이라는 글에서 재벌개혁을 위한 소액주주운동이나 철도ㆍ전기 등 네트워크산업의 민영화 반대 등을 넘어서는 진보적 의제로 실질적인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평>
그는 “자본주의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생활의 불안정, 환경파괴, 실업, 지역불균등 발전 등을 낳고 이는 정치적 대립으로 이어진다”며 “이러한 비용을 사회화하자는 논의에서 출발, 추후 일정범위에서 시장자체를 폐기함으로써 성장과 복지를 선순환할 수 있도록 정치적 힘을 결집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영도 <사회비평> 편집인은 “공공성은 일종의 사회의 옷으로 특히 경쟁에 실패한 구성원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며 “무너진 공공성을 세우는 일은 시장의 사회적 독재에 대항하여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비평>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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