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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전통 신사의 멋 보타이… 연말모임서 시선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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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전통 신사의 멋 보타이… 연말모임서 시선 '확'

입력
2007.12.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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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각종 모임이나 파티에서 남자를 빛내줄 딱 한 가지 품목을 고르라면 단연 보타이(Bow tieㆍ나비 매듭 타이)를 선택하겠다.

깔끔하게 다려진 셔츠 깃 바로 아래 나비처럼 내려앉은 보타이는 그 남자에 대한 적어도 두 가지의 진실을 웅변한다. 첫째는 그가 자기 삶에 위트를 더할 줄 아는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것, 다른 하나는 쏟아지는 타인의 시선 혹은 편견을 감당할 수 있는 용기를 갖췄다는 것.

“얼마 전 지인의 결혼식에 보타이를 하고 갔더니 다들 내가 신랑인 줄 아는 거예요. ‘신랑이 좀 특이하네…’ 그런 눈치더라구요, 하하.”

자타공인 보타이 애호가 한태민(34ㆍ샌프란시스코 마켓 대표)씨는 첫눈에도 보타이가 썩 잘 어울린다. 듣기좋은 바리톤 음색과 듬직한 체구, 이탈리아에서 유학했다는 배경이 어우러져 성악가라고 해도 믿을 성싶은데 정작 본업은 패션디자이너 출신의 편집매장 운영자이다. ‘가장 클래식하게 입고 싶을 때’ 첫 손에 집어드는 것이 유학시절 인연을 맺은 보타이다. 소장품만 100여개를 헤아린다.

“보타이를 매는 것은 일반 넥타이를 매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위예요. 넥타이가 일상이라면, 보타이는 삶의 위트나 파격 같은 것이죠. 최근 남성들의 보타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데 저는 그걸 통해 트렌드를 읽어요. ‘클래식으로의 회귀’라는.”

한씨가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 마켓에서 이번 가을겨울 시즌 선보인 8종, 50개의 보타이는 벌써 매진됐다. LG패션 남성복브랜드 TNGT는 검정색 무지와 물방울 무늬가 든 회색 보타이를 선보이고 있는데 판매율이 45%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좋다. 제일모직 남성복편집매장 란스미어 홍보담당자는 “대중적인 상품은 아니지만 파티가 많은 계절이어서인지 겨울 들어 ‘없어서 못 판다’ 소리가 나올 만큼 찾는 사람이 많다”고 전한다. 한씨는 “보타이의 인기는 댄디, 즉 영국 신사의 부활”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국내서 각광받은 남성상은 메트로섹슈얼처럼 남성의 섹시함을 강조하는 것이었잖아요. 그런데 최근엔 전통적인 신사의 이미지를 중시해요. 쉽게 말하면 제임스 딘에서 게리 쿠퍼로 옮겨간 거예요. 섹시함 대신 절제와 정확함, 여자한테 자신의 외투를 걸쳐줄 줄 아는 태도가 남성적 매력의 핵심이 된 것이죠. 보타이 문화는 바로 그런 전통 신사의 멋을 상징합니다.”

같은 보타이라도 나라별로 느낌은 크게 다르다. 영국의 보타이가 댄디 문화의 종주국답게 하얀색 무지 실크나 페이즐리 무늬를 주로 사용하며 좀 더 진지하고 보수적인 착장문화를 대변한다면, 프랑스의 보타이는 짙은 감색에 흰색 땡땡이 무늬가 들어간 것이 기본으로 정착될 만큼 유머러스한 점이 차별된다. 반면 미국은 팝아트적인 느낌이 강하면서 동시에 나비매듭 자체가 좀더 작고 견고하게 만들어지는 등 간결한 점이 특징이다.

남성들의 패션 수준이 꽤 높아지고는 있지만 나비넥타이에 관한 한 여전히 ‘경양식집 웨이터’ 이미지가 강한 한국에서 보타이 애호가로 사는 일이 쉽지는 않다.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이면 모를까, 종로나 대학로를 보타이 매고 활보하는 일은 아직도 좀 쑥스럽다. 보타이를 착용한 날이면, ‘오늘 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도 보타이를 매는 이유?

“한국에서는 옷차림에 관한 편견이나 금기가 너무 많아요. 은행원은 갈색 구두를 신으면 안된다는 식이죠. 개인적으로는 그런 터부를 싫어해요. 일상에 윤택함과 재미를 더해주는 것들을 금기의 영역에서 빼내고 싶지요.”

무엇보다 한씨는 보타이야말로 ‘남자의 장난감’이라고 생각한다. 기성품보다 스스로 직접 만들고 고치고 갈고 닦아가며 쌓는 가장 경제적인 장난감이라는 것이다.

“흔히 자동차, 시가, 오디오 같은 것들이 남자의 장난감이라고 여기지만 보타이 역시 정성껏 자기 손맛을 담아 묶어내는 과정을 통해 재미와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위트있는 값싼 장난감이라고 생각해요. 자동차나 시가 취미의 몇십분의 1만 투자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걸요.”

물론 나비매듭이 고정된 약식 보타이는 제외다. 한씨는 “거울 앞에 서서 공들여 보타이를 매는 몰입의 순간만큼 남자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장면도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 한태민씨가 귀띔하는 보타이 멋지게 연출하는 요령

보타이에 대해 한국 남성들이 갖는 공포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좀 과하다'는 선입견, 둘째는 '얼굴이 커서 안 어울릴 것'이라는 지레짐작. 그러나 보타이 애호가들은 말한다. "용기 있는 자가 스타일을 얻는다!"

▲좀 작다 싶을 정도가 좋다= 보타이를 맬 때는 셔츠와 정장은 몸에 꼭 낀다 싶게 사이載?맞는 것을 골라 입는다. 한국 남성들은 좀 크고 헐렁한 옷을 선호하는데 보타이와는 안 어울린다. 재킷은 어깨에 패드가 들지 않은 언컨수트(Unconstructed suit)에 고급 원단을 사용하며, 포켓스퀘어(가슴 주머니에 꽂는 사각 수건)도 같이 갖추는 것이 좀 더 클래식하다.

▲캐주얼에는 면 소재 체크 보타이를 선택한다= 기본형 보타이는 실크로 만들어지지만 보다 캐주얼한 차림에는 면 소재도 활용된다. 체크 무늬나 땡땡이 무늬에 화사한 색 배합이 든 것을 착용하고 V 네크라인의 니트를 덧입으면 세련된 멋이 살아난다.

▲자카드보다는 실크 프린트 제품을 선택한다= 같은 실크라도 자카드는 무늬를 짜넣은 원단이라 두꺼워서 나비매듭을 맵시있게 묶기 어렵다.

▲나비 매듭은 볼륨감을 살린다= 매듭을 묶는 강도에 따라 착용감과 멋스러움이 달라진다. 처음부터 예쁜 주름이 질 정도로 매듭을 조이고 풍성한 느낌이 들도록 볼륨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

▲꼭 매듭 지을 필요는 없다= 바에서 즐기는 느긋한 자리라면 보타이를 풀어 그냥 머플러 걸치듯 두르고, 셔츠 단추를 두세개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다. 또 풀어서 척척 접은 뒤 포켓스퀘어처럼 활용해도 멋지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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