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철도 등 공공 부문 개혁에 이어 유럽에서 가장 방만한 조직의 하나로 평가 받는 프랑스 정부 조직의 군살 빼기에 나섰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2일 중앙 부처 통폐합 등을 골자로 하는 100대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는 이날 개혁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 개혁안은 혁명”이라며 향후 예상되는 반발에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개혁안을 살펴보면 관료주의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중앙 정부의 부처와 위원회를 지금의 절반으로 축소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각 부처의 기능을 원점에서 심사해 통폐합 방안을 마련하고, 중앙 부처의 과다한 기업 규제를 풀어 해당 인력을 축소한다는 것이다. 지방 행정 조직에 파견돼 있는 중앙 공무원들도 대부분 원대 복귀시키기로 했다.
군 개혁의 경우 파리 시내에 각기 건물을 두고 있는 육, 해, 공군 사령부를 미국의 펜타곤을 본떠 단일 사령부로 통합할 계획이다. 또 민간 서비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보다 많은 공공기관에서 주민등록증과 여권을 발급하고, 법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합의 이혼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혁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결의를 다지는 것은 프랑스 관료주의가 워낙 깊고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경제 활동 인구의 30%에 가까운 510만 명이 공무원이다.
이로 인해 과세율이 국내 총생산(GDP)의 44%로 유럽 각국에서 가장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공무원수는 프랑스가 73.4명으로 미국 65.3명, 뉴질랜드 56.8명, 독일 52.9명, 이탈리아 50.7명 등에 비해 매우 높다. 프랑스는 이처럼 관료주의의 뿌리가 깊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은 집권 이후 중앙 관료를 지방에 파견해 문벌 귀족과 토호를 없애는데 성공했으나 경직되고 방만한 관료제의 시초를 만들었다.
그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이 관료주의 타파에 나섰으나 공무원 집단의 조직적인 반발과 이해 관계를 가진 기업인의 로비 등에 부닥쳐 무산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반발을 의식한 듯 공무원 은퇴로 인한 자연 감소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을 적극 활용하며, 인력 감소에 따른 재원을 공무원 보수 인상과 혜택을 강화하는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개혁이 성공하면 현재 연간 10억 유로(약 1조 3,000억원)에 이르는 공공 행정 서비스 유지비가 독일 수준인 8억 5,000만 유로(약 1조 1,000억원)로 줄어들 것”이라며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를 줄이고 경제 성장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 조직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대국민 설득에도 나섰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공무원 조직의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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