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이 예상대로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할 경우 후보별 득실은 어떨까.
투표율은 선거 판세가 투표일 이전에 거의 굳어졌을 경우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 대선 투표율이 60%대 초반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40%를 넘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 이미 대세론이 굳어진 만큼 유권자들이 애써 투표장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정치컨설팅 기관인 폴컴의 윤경주 대표는 "투표율이 낮을 경우 당연히 이명박 후보가 유리하다"고 단언했다.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부동층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 이 경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나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현재의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이 낮아진다.
그는 또 정 후보가 가장 불리할 것으로 봤다.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은 '은폐형 부동층'의 경우 절반 가량이 범여권 지지층으로 분석된다는 점 때문이다. 윤 대표는 그러나 "범여권 후보단일화가 성사되면 투표율 전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범여권 지지층의 결집 가능성을 염두에 둔 얘기다.
반면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후보별 득실을 판단하기 어려운 게 이번 대선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때까지는 청년층과 노년층이 각각 개혁성향 후보와 보수성향 후보를 지지하는 세대 구도가 뚜렷해 투표율이 낮으면 개혁성향 후보가 불리했지만 이번엔 이명박 후보가 전 세대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대선 승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진보성향 유권자들, 대세론에 안심한 이명박 후보의 지지층 일부가 동시에 투표를 안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투표율에 따른 후보별 유ㆍ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이유로 들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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