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BBK 수사 발표 이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로 접어든 것을 빼고는 별 변화가 없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단일화 전망마저 흐리다.
막판 단일화의 희박한 가능성이 있다지만, 처음부터 그 자체의 폭발력보다 여권 지지세 결속의 계기로서 주목됐던 만큼 이미 기대효과 자체가 낮아졌다. 이 때문에 선거가 어느 때보다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그것이 신당 정 후보나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에 볼 수 없이 싱겁다 해도 선거는 선거다. 스스로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 유권자의 평가를 받겠다고 출마한 후보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유권자의 표는 많든 적든,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한 후보들의 개인적 보람이자 대선 이후 새롭게 시작될 정치지형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후보들이 본격적 정책 대결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부각해 두어야 할 현실적 이유다.
그런데 이 마당에도 신당 정 후보는 여전히 ‘BBK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 후보는 검찰의 BBK사건 수사 결과 발표가 상식을 배반했다고 비난하면서 청와대가 직무 감찰권을 행사해 검찰 수사의 잘잘못을 가리라고 요구했다. 또 ‘정동영 통신’에 세간에 떠도는 ‘노무현ㆍ이명박 빅딜설’을 올렸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우리가 여러 차례 지적했듯 검찰의 BBK 수사는 특별한 흠이 없었다. 많은 국민이 검찰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BBK 수사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이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일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야당 후보와 짰다는 주장도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데, 청와대까지 싸잡아 음모설을 제기하고, 정치권력의 검찰 수사 개입을 촉구하고 있으니 여간 볼썽사납지 않다.
선거는 이미 막바지다. 11ㆍ16일의 TV토론이 좋은 인상을 남길 마지막 기회다. 이 기회라도 살리려면 심기와 정력을 엉뚱한 곳에 낭비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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