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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일(Working)' 133명 인생으로 본 '먹고 살기'의 위대함, 그리고 비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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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일(Working)' 133명 인생으로 본 '먹고 살기'의 위대함, 그리고 비루함

입력
2007.12.10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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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즈 터클 지음ㆍ노승영 옮김 / 이매진 발행ㆍ880쪽ㆍ1만8,000원

각 캠프마다 고질적 청년 실업 해소 처방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취업 연령대의 우리 청년들은 ‘보통 한국 사람’으로서의 첫 발을 백수로 내디딜 가능성이 높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들은 일하고 싶어 한다. 일을 해야 산다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모두들 싫어하고, 아무나 하지 못하는’이라는 솔직한 부제가 달린 이 책은 1970년대 미국 사회에서의 일과 인간에 대한 보고서다. 모든 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디게 가는 때였다. 그러나 삶의 현장이 치열한 건 마찬가지다.

책은 당시를 사회사적인 메스로 해부한다. 언론인이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133명의 보통 사람을 일일이 인터뷰해 이를 근거로 쓴 책이다. 농부, 광부, 전화 교환원, 광고업자, 청소부, 경찰, 프로 운동 선수, 전업 주부, 연금 생활자, 무덤 파는 인부, 신부 등 각양각색의 직업인은 물론 매춘부까지 포함시켰다.

“미국 사회에서는 모든 여자가 창녀나 마찬가지예요. 저는 남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일종의 사업가이지, 제 기술로 종신 계약을 맺은 사람이 아니에요.” 10대에 매춘을 시작, 맨해튼의 고급 콜걸로 있다 길거리의 여인으로 전락한 어떤 매춘부의 말이다. “항상 섹스하기 전에 돈을 요구했어요. 옷을 다 벗기 전에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쳤어요.”

일상의 내면은 더디며, 때로 비루하다. 잡지 ‘뉴요커’의 영화 평론가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지루한 일을 억지로 할 때는 하루종일 두통에 시달렸죠. 하루가 끝날 때면 토할 것 같았어요”라고 털어 놓았다. 어느 홍보맨은 “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부끄러울 수도 있습니다. 부탁을 거절당하면 당황스럽고 짜증난다”고 말했다.

발로 쓴 책이지만, 그 결은 여느 문학 작품 못지않게 섬세하다. 보통 사람들이 세상 살면서 신체는 물론 영혼까지 이르는 폭력을 세세히 들여다보는 작자의 시선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본질적으로 폭력에 대한 책”이라고 스스로 정의하며 독자들의 주의를 요청했다.

작가ㆍ역사가ㆍ방송인 등 다양한 목소리를 갖고 있는 저자는 원래 구술 자료에서 민중의 역사를 재구성해 내는 것이 장기다.

2005년 93세로 세상을 뜨기까지 그는 ‘재즈, 매혹과 열정의 연대기’ ‘선한 전쟁’ 등의 저작으로 국가 인문학 대통령훈장 등을 수여했다. 800쪽을 웃도는 부피는 물론이거니와, 133개의 인생이라는 방대한 텍스트를 요리해 가는 솜씨는 타인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전범으로 삼을만하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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