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귄터 가센 등 지음ㆍ정수정 옮김 / 프로네시스 발행ㆍ420쪽ㆍ1만6,000원
지금 인간에게 남겨진 숙제는 인간 자신일지 모른다. 인간이 스스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날, 인간은 자신을 넘어설 것인가? 생명 복제의 벽을 넘어선 인간은 언제 자신을 찍어낼 것인가? 인간 복제는 언제까지 금단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까? 마침내 세상을 기만하려 든 황우석팀의 오류와 오만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독일의 생명 과학자들이 인문ㆍ자연과학을 아우르는 해박한 통찰로 우리에게 화두를 던져 준다. 신을 닮은 형체를 진흙으로 빚어 생명을 불어넣었다가 쇠사슬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인 형벌을 당한 프로메테우스, 히브리 전설상의 진흙인간 골렘, 인간의 시체를 뜯어 만든 프랑켄슈타인 박사 등은 인간이 인간을 창조해 보겠다는 욕망이 본능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성서에 나오는 나사로의 부활 역시 같은 범주다.
책은 인간 만들기라는 꿈이 역사와 문학 속에서 어떻게 그려져 왔는지를 살피며 과학 기술의 현실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현재 유전공학이 우려와 경계의 눈길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유전공학적 지식이 일반화돼 있지 못해, 특정 집단의 입맛에 따라 여론이 조작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라는 현실을 지적한다.
책은 문학이 예언하는 바를 주목하라고 한다. 살아 있는 인간의 머리속에 전자 장치를 설치하고 호스를 통해 영양을 공급한다는 발상은 러시아의 신경외과의사 블라디미르 데미코프가 부분적으로 실현하기도 했다. 머리를 하나 더 이식, 두 머리를 가진 개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었으나 서로 물고 뜯으며 싸우는 바람에 곧 죽고 만 것이다.
인간이 보다 나은 인간을 만들고 진화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과연 ‘보다 나은 인간’이 탄생할 수 있을지, 유전 공학은 유토피아로 통하는 길인지, 책은 묻고 있다.
함께 책을 쓴 한스 귄터 가센 등 2명은 응용유전공학연구연합 등 독일 생화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들이다. 그들은 황 교수의 데이터조작 사건을 상기시키며 “독일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 국가에서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평가된 연구를 다른 나라들이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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