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처음으로 외교 친서를 보냈다. 북핵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동시에 관계정상화 약속을 거듭 다짐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두 나라가 공동 목표로 천명한 핵 문제 해결과 수교를 향한 길에 가로놓인 장애물을 치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만하다. 양쪽 모두 상징적 제스처에 머물지 않는 성실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3일 평양을 방문한 힐 국무부 차관보가 전달한 부시 대통령의 친서는 상징적 의미가 각별하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강경 정책을 구사한 부시 대통령은 2005년 9ㆍ19 합의와 올해 초 2ㆍ13 합의에 이른 협상 정책으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교섭 수준을 국무부 차원에 묶어두었다.
이런 틀을 깨고 직접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실질적인 정상 간 대화와 협상 의 파트너로 인정한 것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적극적 이니셔티브는 북미 합의 실현에 관건인 비핵화 프로세스가 고비에 처한 상황에서 나왔다. 1단계 핵 시설 불능화는 그런대로 잘 진행되고 있으나, 2단계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위한 사전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북한이 생산한 무기급 플루토늄의 정확한 양, 보유 핵탄두 숫자, 핵 관련 정보의 해외이전 등 미국이 요구하는 신고사항은 핵 시설 불능화에 비해 훨씬 미묘하고 까다롭다. 여기에 고농축우라늄 문제는 존재 자체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부시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실무 협상에 얽매이지 않는 결단으로 비핵화를 진전시킬 것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서까지 보낸 것은 핵 프로그램 신고에 성의를 보인다면 미국도 무리한 요구를 고집하지 않을 뜻을 넌지시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비밀리에 친서를 건네고, 북한이 이 사실을 공표한 것은 상호 이해를 존중하는 타협을 일단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고비를 넘어서더라도 갈 길은 멀다. 북미의 성실한 노력이 긴요하지만, 대선 국면의 우리 사회도 정치적 이해를 떠나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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