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프린스호 사고 때처럼 물고기와 조개들 씨가 마르는 거 아녀유?”
7일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최악의 기름유출사고로 충남 서해안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 일대는 천혜의 갯벌과 다양한 양식장들이 자리잡고 있어 피해가 클 전망이다.
사고 이후 해류가 육지가 아닌 먼바다쪽을 향해 기름이 해안으로 빠르게 유입되지는 않았지만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르면 8일 오후 기름이 해안에 흘러 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출된 기름도 씨프린스호 사고 때보다 2배 많은 1만810톤에 달해 불안감은 더 증폭되고 있다.
어민들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바다와 갯벌에서 고기잡이, 양식업, 조개채취 등으로 생업을 이어가는 태안군 어민들은 이날 수시로 바닷가로 나가 혹시 기름띠가 몰려오지 않는지 긴장한 표정으로 살펴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태안군 관계자는 “연안에 5,600㏊의 바다 양식장과 어장이 형성돼 있어 유출된 기름이 해안으로 밀려들 경우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해안에는 남해와 달리 대규모 가두리 양식장은 많지 않지만 꽃게 우럭 등의 어장과 갯벌의 패류가 잘 발달해 있다.
전복 양식업을 하는 김모(65ㆍ태안군 원북면)씨는 “검은 기름 덩어리가 해안가에 도착하면 어민들은 사실상 다 죽는 셈”이라며 “당국이 신속히 방제작업을 해줘 피해가 최소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기름 냄새는 이날 오전부터 상륙했다. 태안군 소원면, 원북면, 이원면, 대산읍 등의 주민들은 바닷바람을 타고 온 악취에 고통을 겪었다. 일부 주민은 기름 냄새에 두통과 복통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
전남 신안 김 양식장도 긴장하고 있다. 방제 작업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사고 발생 3일 후 정도면 남서쪽으로 흐르는 조류를 따라 신안 증도 앞 해상으로 기름(폐유볼) 띠가 몰려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출 기름량은 씨프린스호 사고 때보다 많지만 그 피해는 훨씬 적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씨프린스호 사고는 해안에서 기름이 유출돼 어업과 환경피해가 직접적이었지만 이번 사고지점은 육지에서 10㎞나 떨어져 있어 기름이 해안에 도달할 때까지 방제 시간을 벌 수 있다.
또 씨프린스호 사고는 기름 확산이 빠른 여름철에 발생했고 방제가 어려운 중질유인 벙커유가 유출됐지만, 이번엔 겨울이고 원유가 유출돼 방제가 좀더 용이하다는 것이 해수부의 설명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날씨가 추우면 원유가 요구르트처럼 엉켜 분산되지 않고 회수하기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단순히 기름 유출량으로만 피해 규모를 예측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와 달리 해양경찰, 해양오염방제조합, 민간에서 해양에 기름이 유출되면 총 1만6,500톤을 3일 만에 수습할 수 있는 방제력을 갖추고 있어 기상만 좋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씨프린스호 사고는 1995년 7월 23일 전남 여수시 남면 소리도에서 유조선 씨프린스호(14만4,567톤급)가 운항 중 암초에 좌초되면서 기름 5,035톤이 유출된 사고다. 이후 여수에서 포항까지 230km, 부산 해역 해안 73km가 기름에 오염돼 어장과 양식장 피해가 443억원에 달했고 기름 회수 작업도 다섯 달이나 걸렸다.
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전성우기자 swchun@hk.co.kr정민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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