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천하장사 시절 최홍만(27)은 키로 씨름한다는 소리를 매우 싫어했다.
218㎝의 큰 키와 158㎏의 거대한 체격은 최홍만의 가장 큰 무기. 하지만 키가 아닌 기술로 최고가 되고 싶었다.
최홍만은 지난 2003년 김영현을 밀어치기로 물리치고 생애 첫 천하장사가 됐다. 최홍만은 당시 찡그린 얼굴로 “키로 씨름한다는 말이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음에는 멋진 들배지기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씨름판을 떠나 K-1을 선택할 때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최홍만은 2005년 1월 K-1 진출 기자회견에서 “키 큰 사람도 멋진 발차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초심을 잃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TV 출연이 눈에 띄게 늘더니 최근에는 <미녀와 야수> 라는 혼성 듀엣을 결성해 가수로 변신했다. 미녀와>
심판의 도움(?)으로 승승장구하던 최홍만은 멋진 발차기 대신 화려한 현실에 안주했다. ‘야수’ 밥 샙 등과 죽기 살기로 맞서던 격투사의 모습은 사라졌다. K-1에 뛰어든지 3년이 지났지만 발차기는커녕 주먹을 휘두르는 것조차 어설프다.
최홍만이 지난 8일 일본에서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8강에서 프랑스의 제롬 르 밴너(190㎝)에게 판정패했다. 최홍만보다 무려 28㎝나 작은 밴너는 시종일관 치고 빠지는 아웃복싱으로 최홍만을 농락했다.
썩 빠르지 못한 발놀림이었지만 최홍만은 속수무책이었다. 최홍만은 곧 한국에 돌아와 가수로 활동할 계획이다.
한편 네덜란드 거인 세미 슐트(211㎝)는 다양한 발차기와 주먹으로 밴너와 피터 아츠를 꺾고 K-1 사상 첫 3연패의 주인공이 됐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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