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압승을 거둔 국가두마(하원) 선거에서 비례 대표 1번으로 출마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작 의원직을 맡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3선 연임 금지조항으로 내년 5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푸틴 대통령이 어떤 시나리오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할 지에 대한 궁금증도 더욱 커지고 있다.
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이 보로뵤프 통합러시아당 중앙집행위원회 의장은 “비례 대표로 출마한 푸틴 대통령의 의석은 이번 지역구 선거에서 탈락한 후보자 한 명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의원직을 포기한 것이지만 ‘의회 진출을 통한 영향력 행사’라는 선택권을 완전히 배제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 보다는 정부 관료와 의원직을 병행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까지 의원직을 잠정 보류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예비 의원 후보로 등록해 두었다가 다른 의원 사퇴 시 언제든 다시 의회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권력 유지 시나리오’로 대통령 퇴임 후 의회에 진출해 하원의장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푸틴 대통령이 당장 의원직을 맡지 않음으로써 ‘대통령직 중도사퇴’라는 극단적 수단을 택하지 않을 것은 분명해 졌다. 푸틴 대통령이 의원직에 오르면서 대통령직을 중도사퇴, 임시 대통령에게 잔여 임기를 채우게 한 다음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3선 연임 규정을 피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최종 선택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대통령 퇴임 후 하원의장이나 총리, 혹은 국가안보회의 의장 등의 직무를 맡아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한편, 차기 대통령이 중도 사퇴해 푸틴이 조기에 대통령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등 추측이 무성하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지만, 대통령 퇴임 시 영향력이 급격히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의 행보 등 러시아의 차기 권력 구도가 불투명하자 러시아 사회 내부가 동요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BBC 방송은 러시아 차기 구도의 불확실성으로 내부 권력 투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정치권력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부유층도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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