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안국동 한옥에서는 우리의 전통 의복 문화를 선보이는 '생활속 아름다움-우리 옷 배자전(展)'이 열렸다. 이 행사를 주최한 곳은 재단법인 '아름지기.' 생소한 이름의 이 단체는 재벌가 안방 마님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단체성격이 '그만의 은밀한 모임'에서 일반인들의 참여를 허용하는 '공개 모임'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그 동안 재벌가 여성들은 대외적 활동을 꺼려 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부담도 있었고, 가풍상 아예 대외활동 자체를 금기시하는 곳도 있었다. 때문에 이들의 모임은 '그들만의 세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재벌가 여성들도 점차 '베일'이 벗어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걸맞게, 모임의 목적도 단순친목을 넘어 실질적 사회봉사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재벌가 여성들의 모임은 ▦문화재 보호와 지킴이를 자처하는 '아름지기'를 비롯해, ▦전통문화유산 보존과 보호를 위한 '예올' ▦순수 봉사모임을 자처하는 '미래회' 등 3곳이 활동중이다. 이들은 친인척, 사돈 등의 혈맥과 학맥 혹은 문화예술 애호 취미 등으로 맺어져 있다.
이중에서도 '아름지기'는 2001년 11월 비지정 문화유산을 지키고 돌보는 비영리 재단으로 출범했다. 이 모임의 이사장인 홍석현 중앙일보회장 부인 신연균씨를 비롯해 이건희 삼성회장의 부인 홍라희씨, 조석래 전경련회장(효성그룹회장) 부인인 송광자씨, 조양호 한진그룹회장 부인 이명희씨, 홍원식 남양유업회장 부인 이운경씨 등이 창립멤버다.
이밖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회장의 부인 이경렬씨가 후원이사를 맡고 있으며, 서세옥 전 서울대 미대학장의 부인인 정민자씨(한옥연구가)와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고문을 맡고 있다.
아름지기는 최근 일반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500여명의 일반회원이 활동중이다. 사무국까지 따로 두고, 서울 안국동과 경남 함양에 아름다운 전통 한옥을 꾸며 한옥 문화체험관을 운영하면서 삼성미술관 리움과 연계한 월 1회의 아카데미 등을 개최하고 있다.
2001년12월 설립된 '예올'도 전통문화유산 보존을 내세운 재벌가 부인들의 모임이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회장의 부인 김녕자씨가 회장을 맡고 있으며, 김 회장의 동생이자 정몽준 의원 부인인 김영명씨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단체도 외연 확대에 나서 일반회원, 정회원, 평생회원 등 현재 500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는데, 서울역사박물관과 공동으로 우리문화를 외국인에게 알리기 위한 전통문화영어강좌, 명사초청 강연 등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름지기'와 '예올'의 자존심 경쟁도 볼만 하다. 공교롭게도 '아름지기'는 범(汎)삼성가, 예올은 범현대가 여성들이 주축이기 때문이다.
1999년 결성된 '미래회'는 최태원 SK그룹회장의 부인 노소영씨가 회장을 맡아 순수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아름지기'나 '예올'과 달리 홈페이지도, 일반인 회원도 없다.
ㅋ 미래회에는 조동길 한솔그룹회장 부인 안영주씨,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3녀이자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둘째 며느리인 이수연씨, 조남욱 삼부토건회장의 며느리 박선정씨 등 비교적 젊은 재벌가 여성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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