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규(39)-현정화(38) 남녀 탁구 대표팀 감독이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08베이징올림픽을 불과 8개월 앞둔 상황이라 더욱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현정화 감독은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협회에 사직서를 냈다. 독선적인 협회의 행정과 현 코칭스태프에 대한 불신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현 감독은 강희찬 여자 대표팀 코치와 함께 이날 오전 사표를 냈고 천영석(79) 탁구협회장은 이를 수리했다.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도 이날 오후 협회에 사직서를 냈다.
두 감독이 전격적인 사임 의사를 밝힌 배경에는 협회 행정 수뇌부와 코칭스태프 간의 불신이 가장 큰 이유로 알려졌다. 현정화 감독은 “감독이 선수를 선발하는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
선수를 뽑는 데 있어 천영석 협회장이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묻지 않고 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성적이 조금이라도 나쁘면 그때마다 코칭스태프 교체설이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에서 더 이상 협회를 믿고 일할 수 없다”며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근 실업팀 농심삼다수에서 해임당한 유남규 감독 역시 “실업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협회의 꼭두각시 역할은 하기 싫다”며 동반 사퇴를 천명했다.
현재 남녀 탁구 대표팀은 선발전을 통한 대표선수 선발 외에 강화위원회의 추천 선수가 더해져 구성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협회 강화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천영석 협회장이 지나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950년대 국가대표 선수를 거쳐 73년 ‘사라예보 신화’의 주역이기도 한 천 회장은 탁구 사상 처음으로 선수 출신이 협회장까지 오른 사례. 협회장이 강화위원장까지 겸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는 것이 탁구계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천 회장은 “다른 종목과 달리 탁구는 예전부터 대표팀 감독 외에 강화위원회가 선수 선발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면서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협회와 상의 없이 사표를 제출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협회 행정부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아쉬워했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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