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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처럼… 흔적없이 사라진 軍총기 탈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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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처럼… 흔적없이 사라진 軍총기 탈취범

입력
2007.12.1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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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도 길상면 초지리에서 6일 밤 해병대 초병을 차로 치고 흉기로 찌른 뒤 총기 등을 탈취해 간 범인은 사건 발생 24시간이 지난 7일 오후까지도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보이는 범인은 경기 화성시 장안면의 한적한 논에 훔친 차량을 세우고 불을 지른 뒤 유유히 사라졌다. 군경은 용의자가 썼던 모자, 톨게이트에 낸 도로 통행권 등에서 혈흔과 DNA를 확보, 신원 파악에 나서는 한편 포상금 2,000만원을 내걸고 1,000여명에 이르는 인원을 수색작업에 투입했지만 아직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군경 합동수사본부 조사결과 용의자는 범행 장소와 도주로를 정해 놓고, 훔친 차량의 번호판까지 위조한 것은 물론 다른 도주용 차량까지 준비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군경은 특히 과거 비슷한 사건의 범인들이 은행 강도 등을 위해 총기를 빼앗은 점으로 미뤄 범인이 2차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범인은 차에 치여 쓰러진 초병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등 잔인함을 보여줘 국민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치밀한 사전 범행계획 수립

범인이 꼼꼼하게 범행 계획을 세웠을 것으로 보이는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무엇보다 범행 장소 선택이다. 범인이 이재혁(20) 병장과 박영철(20) 일병을 코란도 승용차로 친 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다. 더구나 48번 지방도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을 즉시 탈 수 있는 초지대교가 바로 근처여서 도주가 쉬운 장소다.

범인의 주도면밀함은 도주 후에도 확인된다. 범인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범행에 이용한 코란도를 불태웠는데, 그 지점 역시 왕복 2차로인 2개 지방도를 잇는 농로 중간 지점 옆 논바닥이었다. 이 장소는 2개 지방도에서 700m~1.2㎞ 가량 들어가야 할 정도로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다.

농로 양쪽은 모두 드넓은 논이다. 때문에 군경은 범인이 탈취한 총기와 수류탄을 옮기기 위해서라도 미리 대기시켜 놓은 또 다른 차량을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경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범인의 사전 준비도 철저했다. 그는 10월10일 역시 훔친 그랜저 승용차를 이용해 경기 이천시에서 코란도를 훔쳤다. 이어 차량번호 가운데 ‘4’자의 일부를 지우고 ‘1’자로 고쳤고, 유리창에 영업용 ‘대리 운전’스티커를 붙였다. 실제 이 차량번호는 2003년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 회사의 봉고 프론티어 차량번호로, 현재는 쓰이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범행을 위해 ‘차량 세탁’과정을 거친 것이다.

범인은 또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순간 CC(폐쇄회로) TV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옷으로 얼굴을 가렸다. 범행 당시에도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방색 비옷을 입고 모자를 썼다. 범인이 초병이 저항할 것을 예상해 미리 흉기를 준비한 것이나, 수류탄과 실탄이 든 무기 탄통의 열쇠를 빼앗으려 한 점 등도 치밀한 범행 계획 수립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부상병 흉기로 찌른 잔인한 냉혈한

범인은 초병들을 예리한 흉기로 7차례나 찌르는 등 잔인하고도 냉혈한적인 면모를 보였다. 범인은 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이 병장의 허벅지 등 7군데를 흉기로 찌른 뒤 총을 빼앗았고, 신음하고 있던 박 일병의 등을 7차례나 찌르고 탄통을 탈취했다.

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뚜벅뚜벅 걸어서 차에 치여 쓰러진 이 병장에게 다가가 “미안하다. 어디 다친 곳 없냐. 단순 교통사고다”라고 안심시킨 뒤 갑자기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 범인은 이 병장이 거세게 저항하자 10m를 끌고 가다 이 병장을 도로 옆 갯벌로 굴러 떨어뜨렸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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