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는 방안은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최근 평양 방문에 앞서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결정됐고, 이 과정에서 한미가 긴밀히 협의했던 것으로 7일 전해졌다.
힐 차관보는 지난달 29일 서울 도착 직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친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친서는 그가 서울에 있는 동안 미국에서 만들어져 전달됐다는 얘기다.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의 해법을 한미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방안이 검토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힐 차관보 방한 시 친서 문제에 관해 우리 측과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4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을 만났지만 친서를 꺼내지 않다가 그 다음날 북한을 떠나기 몇 시간 전 박 외무상을 다시 만나 친서를 줬다. 힐 차관보가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친서를 전달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자신보다 직급이 한참 낮은 힐 차관보를 직접 만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방북했던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도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지 못했었다.
친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장은 아직 미국 측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답장에는 핵 프로그램 신고 등과 관련한 북한의 결단 및 요구조건이 담겨야 하기 때문에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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