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컴파트먼트 열차와 루이비통 여행가방과 유전적 동질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삼형제. 이 재료로 어떤 영화를 뽑을 수 있을까. 막상 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선 이들도 꽤 고민한 듯하다. <다즐링 주식회사> 는 그 고민을 숙제로 삼은 감독(웨스 앤더슨)과 프로듀서(로만 코폴라)의 리포트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A’ 학점을 주자니 너무 후한 것 같고, ‘B’ 학점을 주면 ‘짜다’ 소리 들을 성싶다. 다즐링>
‘하고 싶다’는 마음뿐, 구체적 얼개가 없던 영화의 주역들은 실제 인도여행을 통해 시나리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나온 답은 ‘휴먼 코미디’. 이 장르는 만만치 않은 영화의 골갱이-망가진 형제애를 되찾는 과정, 고립된 자아에 갇힌 인물들의 성장통, 잠언의 한토막처럼 생의 의미를 묻는 서늘함-를 동시에 담는데 꽤 유용한 그릇이 된다. 그러나, 생게망게 흩어지는 흐름을 이어 붙이는 아교풀로 ‘웃음’을 쓰려고 한 흔적도 곳곳에 보인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1년 동안 소식이 없던 형 프랜시스(오웬 윌슨)가 동생 피터(애드리언 브로디)와 잭(제이슨 슈왈츠먼)을 인도로 부른다. 오토바이 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형은 ‘참된 나를 찾기 위한 영적 순례’에 동생들이 동참키를 원한다. 그러나 임신한 아내로부터 탈출하고픈 피터와 수시로 여자친구의 전화메시지를 엿듣는 잭에게 이런 형의 의도는 버거울 뿐이다. 어쨌든 형제는 모두 아버지의 유품인 11개의 루이비통 트렁크를 들고 기차에 오른다.
거창한 계획과 달리, 형제는 틈만 나면 서로를 ‘왕따’시키고 승무원에게 집적댄다. 급기야 뱀을 들여온 게 발각돼 기차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도착한 외딴 마을. 형제는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려 뛰어들지만, 결국 한 아이는 숨을 거두고 만다. 인도 전통의 장례식을, 형제는 잠잠히 바라본다. 1년 전 아버지의 죽음, 끝내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았던 어머니가 그 처연한 풍경에 겹쳐진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잠시 미루고, 형제는 어머니가 있는 오지의 수녀원을 찾아간다.
<러시모어> <로얄 테넌바움> 등을 통해 ‘가족’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던 감독의 번득이는 눈빛이 이 영화에도 살아 있다. 지극히 폐쇄적이고 밀도 높은 디테일을 보여줬던 전작에 비해 훨씬 경쾌하다. 대신 산만하고 성긴 느낌도 없지 않다. 가족과 생의 의미에 대한 진중한 물음보다는, 그것을 찾아가는 인간의 표정과 호흡에 초점을 맞췄다. <호텔 슈발리에> 라는 13분짜리 단편이 영화의 프롤로그로 삽입됐고,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이 이 프롤로그에 나체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3일 개봉. 15세 관람가. 호텔> 로얄> 러시모어>
유상호 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