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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이명박 지지선언 홍수

입력
2007.12.1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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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이전성시(李前成市)라고 할 만하다.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 이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각계의 지지선언이 쇄도하고 있다. 이 후보 지지선언이야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있었고, 그 당시도 박근혜 후보에 비해 압도적이었지만 지금처럼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BBK 수사발표 다음 날인 그제는 무려 9개 단체가 지지선언을 했다. 연예인단체, 체육인 단체, 예술문화단체, 문인단체, 공인중개사협회 회장단, IT분야 교수 및 전문가, 일부 노동조합에다 하느님은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라엘리언 운동 한국지부까지 가세했다.

BBK 수사향방을 지켜보다가 검찰의 면죄부성 발표에 서둘러 한나라당사를 찾는 단체들에 대해서는 속 보인다는 힐난도 없지 않고, 잘 모르고 갔는데 그런 자리더라는 투덜거림도 나온다. 하지만 이명박 대세론에 이끌렸을 이들의 행렬이 이명박 대세론을 한층 강화시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BBK 수사 끝나자 너도 나도

그들의 지지선언 이유는 직종에 따라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불만과 이 후보에 대한 기대를 바탕에 깔고 있다. 연예인들은 "역대 정권의 왜곡된 문화정책과 복지정책 때문에 대중문화 예술인들이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에다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서 '대중문화인에게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지도자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라엘리언운동 한국지부는 "소수종교를 탄압하는 현 집권세력을 교체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가 어떻게 소수종교를 탄압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저리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가 싶다.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집권세력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실망과 분노가 정권교체를 시대정신에 가까운 구호로 만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이것이 이명박 후보 지지로 연결되면서 각종 위장ㆍ의혹 시리즈와 BBK소용돌이 속에서도 이 후보 지지도가 흔들림 없이 대세론을 구가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이른바 '이명박 구세주론'이나 '이명박 만명통치약론'이 나도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저렇게 쇄도하는 단체들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한국사회를 한국인들보다 더 깊이 들여다본다는 오슬로 대학의 박노자 교수는 이 후보의 지지도 고공행진을 우리 사회의 이상 비대한 자영업자 비중에서 찾았다. 경기변동에 민감해 정치적으로 보수성을 띨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이 이 후보 지지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우리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에서 오는 만성 불안감, 한국인들의 반작용 쏠림 현상 및 높은 감성 의존에서 찾았다. 이 분석이 맞다면 그 요인들이 '이명박 정부'에서라고 달라질 수는 없다.

■ '모든 게 정권 탓'은 잘못된 생각

참여정부의 정책들을 찬찬히 따져보면 평가할 만한 것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하늘을 찌르는 것은 모든 문제를 정권 탓으로 돌리는 데서 기인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정권 탓일까. 지금 내가 힘들고 어렵다면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잘못도 있지만,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심화된 양극화 현상은 어떤 정권이라도 막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내가 살기 힘든다면 거기엔 나의 선택 잘못이나 역량의 문제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런데도 모든 것을 정권의 책임으로만 돌리니 어느 정권이 배겨내겠는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은 감내해야 하며 정권의 공과를 따질 때도 이를 참작해 줘야 한다. 이런 분별 없이 정권 탓만 하면 천하 없는 정권이라도 별 수가 없다. 이 후보에 대한 각계의 지지선언이 봇물을 이루면서 기대 또한 무한대로 커지고 있는데, 장차 그 기대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들어서 하는 얘기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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