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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성의 굿모닝 아메리카] 미 대학 '보따리 강사'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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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성의 굿모닝 아메리카] 미 대학 '보따리 강사' 눈덩이

입력
2007.12.10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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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에서 정년이 보장된 ‘테뉴어(Tenure)’ 교수의 비율이 급격히 줄고 시간 강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면서 대학교육의 질 저하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대학 교수 협의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0년 전만해도 미 대학 교수 가운데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비전임 시간 강사의 비율은 43%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그 수치가 70%에 육박한다. 과거엔 테뉴어 교수가 다수를 점했으나 현재는 그것이 역전돼 테뉴어 교수들이 소수가 되고 시간 강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진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정년 보장 교수의 절대적 수는 25%가량 증가했으나 전체적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교수진의 대부분을 시간 강사가 메우면서 이 같은 현상이 생겨났다.

미 대학이 시간 강사를 선호하는 것은 무엇보다 재정 압박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교수 임용의 신축성, 다양한 강좌 제공, 직업교육에 초점을 맞춘 지역 및 공립 대학의 증가 등에 대처하는 것도 시간 강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원인이 됐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찰스 해링턴 학장은 “주정부 지원은 줄어들고 대학 재정 감독은 엄격해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압박에 가장 손쉽게 대처하는 방법이 시간 강사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 강사가 반드시 ‘실력이 없다’거나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교수 협의회 등 교수 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시간 강사에게 상대적으로 많이 배운 학생일수록 낙제율은 높고 졸업률은 떨어진다. “비전임 강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게임이다”, “시간 강사를 너무 많이 쓰면 독이 된다”는 우려와 경고가 대학 당국자로부터 제기될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시간 주립대 2학년인 칼리 매트코비치는 “시간 강사에게 실용적인 경험을 배우는 것은 좋지만 수업 시간 이외에는 그들을 만날 수가 없다”면서 “그들은 여러 대학에서 많은 강의를 하기 때문에 기초적인 것만 가르치고 출제도 등급을 매기기 좋도록 쉽게 낸다”고 말했다. 전직 소매점 지배인 출신인 스페인어 시간 강사 일레인 젠드로비츠는 “4개 대학에서 6개 강좌를 맡고 있기 때문에 학생을 따로 면담할 시간은 없다”고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했다.

테뉴어 교수 감소와 시간 강사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대학은 테뉴어 교수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뉴저지주 럿거스 대학은 최근 교수협의회 등과의 단체 교섭에서 테뉴어 교수를 100명 늘리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테뉴어 교수를 늘릴 수 있는 여력은 이른바 ‘엘리트 대학’들에게만 있을 뿐이라 대학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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