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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대 양극화 위험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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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대 양극화 위험수위

입력
2007.12.10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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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대의 이른바 ‘비인기 학과’들이 전공 지원자 부족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9일 인문대 2008학년 전공진입 학과별 지원 현황에 따르면 내년 2학년 또는 3학년 진학과 함께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인문대 학생은 456명으로, 이 중 143명이 지난달 29일 전공 신청을 마쳤다.

그 결과 인문계열Ⅰ(어문계열) 전공지원 대상자 81명 중 70명(86.4%)이 국문 중문 영문 3학과에 몰린 반면, 언어학과와 불문ㆍ독문ㆍ노문ㆍ서문과 등에는 11명만 지원했다. 서문과와 불문과가 그나마 선전해 각각 5명, 3명의 지원자가 있었고 독문 노문 언어는 지원자가 각 1명에 그쳤다. 인문계열Ⅱ(사학ㆍ철학계열)는 대체로 고른 분포를 보였지만 종교학과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서울대 인문대의 이 같은 전공 지원자 쏠림 현상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계열 단위로 입학해 1ㆍ2학년을 마친 후 각각 어문계열, 사철계열의 전공 학과를 선택하게 한 ‘모집단위 광역화’제도가 2002년 본격적으로 실시된 후부터 계속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영문ㆍ중문과 등 취업이 잘 된다고 여겨지는 ‘인기 학과’에는 정원 이상의 지원자가 끊이지 않는 반면, 독문ㆍ노문ㆍ불문ㆍ종교학과 등은 지원자가 5명을 넘긴 적이 없었다.

이들 학과가 그나마 폐과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전공예약제’ 덕분이다. 인문대는 수시모집 지원자를 대상으로 독문ㆍ불문ㆍ서문ㆍ노문ㆍ언어ㆍ종교학과 등 6개 과에 대해 각 9명 정도의 전공예약자를 뽑는다. 전공예약으로 들어온 신입생은 해당 학과에 그대로 배정되며, 복수전공은 할 수 있지만 전과가 허용되지 않는다.

인문대 학생회장과 총학생회장을 지낸 한성실(23ㆍ미학과)씨는 “인문계열 모집을 광역화한 취지는 여러 분야의 인문학을 두루 접한 후 전공을 고르게 한다는 것”이라며 “전공예약제는 고사 위기에 놓인 학과 생존을 위해 억지로 만든 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씨는 또 “사철계열은 그나마 전공간 교류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외국어를 배우는 어문계열은 그렇지 않다”며 “자칫 전공 진입 시기라도 늦어지면 학생 실력 저하 등의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광역화 모집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민 인문대 교무부학장은 “광역화 모집으로 일부 학생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는 공감하지만,이 제도의 성패를 따지려면 시간이 더 지나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문대는 학생들이 고시공부나 인기학과 배정을 위해 전공 결정을 늦추는 경우가 있다고 보고, 2008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전공 진입 시기를 어문ㆍ사철계열 모두 3학기 이내로 의무화했다. 또 어문계열 학과들이 외국어 교육 자체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학, 경제학 등 다른 학문과 결합한 연합전공을 마련키로 했다. 인문대 측은 “노문과와 중문과에 각각 러시아지역학, 중국지역학 등의 연합전공을 도입해 이르면 2009년부터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진 인문대 학장은 “일부 학과에 전공 지원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보다는 인문대 일부 학생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너나 할 것 없이 도서관에서 고시 책을 펴 놓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인문학의 위기’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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