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있는 중견 디자이너들도 백화점에 입점하기는 어렵대요. 그런데 아직 학생이고 미래도 불투명한 제가 만든 옷을 백화점에서 팔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겠어요?”
대학 졸업반의 예비 디자이너들이 문턱이 높다는 백화점에 입점할 꿈에 부풀었다.
신세계백화점과 패션잡지 <보그 코리아> 가 패션 디자인 전공의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전‘아트 투 웨어’에서 6일 대상을 수상한 강현경(22ㆍ세종대4), 문혜진(24ㆍ이화여대4), 조수빈(23ㆍ동덕여대4)씨가 그 주인공. 보그>
종이상자 등의 포장 기법을 옷에 적용해봤다는 강씨, 다양한 양모 소재를 섞어 자신만의 신소재를 만들었다는 문씨, 피에로를 테마로 만든 의상을 출품한 조씨는 400여명의 응모 작품 가운데서 각각 완성도, 예술성, 창의성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올해로 3회째인 이번 공모전에는 예비 디자이너들을 위해 파격적인 특전이 제시됐다. 대상 수상자들에게는 신세계백화점 편집 매장에 입점해 이들이 만든 옷을 팔 기회를 주겠다는 것.
백화점측이 내세운 입점 조건은 ‘입을 엄두를 내기 어려운 예술작품이 아니라 대중에게 팔 수 있는 옷을 만들어 오라’는 것뿐이다.
대상을 거머쥔 이들은 입을 모아“작품과 디자이너로서 가능성을 인정 받은 것 같다”며 “옷을 만들어도 판매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문씨는 “외국에서 공부를 하거나 경험을 쌓지 않으면 고급 의상을 입어줄 고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국내 디자이너들은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며 백화점측의 제안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3명 모두 프랑스나 벨기에 등으로 유학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졸업 이후 진로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 그래도 전국 95개 의상디자인 전공 학과에서 쏟아져 나오는, 다른 수백명의 학생들에 비하면 운이 좋은 편이다.
11월 패션대전에서도 대상을 수상한 강씨는 “옷을 만드는 일이 힘들고 고통스러워 다른 길을 찾아볼까 고민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약속이나 한 듯 이들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창의적인 옷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조씨는 “패션은 생각을 옷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면서 누군가가 그 옷을 입음으로써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내 옷을 사 입는 사람은 곧 내 생각을 사는 것이나 같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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