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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총기 탈취 사건 현장서'해병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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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총기 탈취 사건 현장서'해병 투혼'

입력
2007.12.1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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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해병대였다. 6일 강화도 총기 탈취 사건 현장에서 이재혁(20) 병장은 정신이 혼미한 중에도 총기 등을 탈취하려는 범인과 수분간 격투를 벌이는 등 ‘해병대 투혼’을 발휘했다.

범인은 이날 오후 5시40분께 코란도 승용차로 뒤에서 두 병사를 치고 지나간 뒤 유턴해 이 병장 가까이에 차를 세웠다. 중상이었지만 의식은 있었던 이 병장은 수상한 낌새를 알아 채고 다가오는 범인에게 K-2 소총을 겨눴다. 소총에는 실탄 15발이 든 탄창이 삽입돼 있었다. 범인은 교통사고인 것처럼 가장해 “다친데 없느냐”며 이 병장을 안심시킨 뒤 갑자기 흉기를 꺼냈다.

이때부터 격투가 시작됐다. 범인은 20㎝가 넘는 흉기를 휘둘러 이 병장의 왼손 손가락과 허벅지, 얼굴 등에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K-2 소총을 잡아채려 했지만 오히려 이 병장이 휘두른 소총 개머리판에 이마를 가격 당했다. 멈칫한 범인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고 쓰고 있던 모자는 바닥에 떨어졌다.

범인은 이 병장의 소총을 뺏기 위해 이 병장을 밀고 당기며 10m를 끌고 가야 했다. 이 병장은 결국 손에서 소총을 놓치고 말았지만, 수류탄과 실탄이 든 탄통은 품에 끌어 안은 채로 도로 옆 둑 밑으로 밀려 떨어졌다.

대전 출신인 이 병장은 지난해 2월 입대해 훈련을 받을 당시 “형이 해병대에 근무하면서 집 걱정을 하던 게 이제야 이해가 된다”며 “아버지, 술 조금만 드시고, 건강 챙기시고 100일 휴가 때 10년 더 젊어보였으면 좋겠다”는 글을 쓸 만큼 자상한 성격의 소유자다.

범인은 이번엔 탄통을 뺏기 위해 박영철(20) 일병에게 접근했다. 그때까지 의식이 있었던 박 일병은 범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어깨걸이 상태로 멘 소총의 멜빵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먼저 차에 치어 부상이 심한 것을 확인한 범인은 박 일병의 허벅지와 옆구리 등 7군데를 찔렀고 정신을 잃은 박 일병에게서 수류탄 1발과 실탄 75발이 든 탄통을 챙겨 들었다.

이날 대구에서 박 일병의 빈소가 마련된 강화병원에 도착한 아버지는 “보름 전에 휴가 나와 소주를 함께 마셨는데”라며 통곡했다. 군은 박 일병을 상병으로 일계급 추서하고 8일 오전 10시 해병대 2사단 연병장에서 사단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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